전통시장에서 산 ‘해외 유명약’, 괜찮을까…의약품은 약국에서 확인하고 구매해야

식약처·지방정부 합동점검, 수입상가 43곳 중 30곳 무허가 의약품 판매 적발

해외 허가 제품도 국내 정식 수입 아니면 진위 확인 어려워...

무허가 의약품 위조·위해 성분 위험도...

해외여행에서 봤던 유명 감기약이나 진통제, 위장약을 전통시장 수입상가에서 발견한다면 반가운 마음에 구입하기 쉽다. 포장도 익숙하고 해외에서 실제 판매되는 제품과 비슷하다면 별다른 의심 없이 장바구니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약품은 일반 수입식품이나 생활용품과 다르다.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라도 국내 허가와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안전성이 관리되는 의약품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무허가 의약품의 부정 거래와 정식 약국 상담 판매를 대조한 이미지 표현 (AI 제작)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서울시·대구시와 함께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통시장 의약품 분야 기획합동감시를 실시한 결과, 약사법과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한 수입상가 30곳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수입상가 10곳 중 7곳에서 무허가 의약품 판매

이번 점검 대상은 서울 남대문시장과 대구 교동시장에 위치한 수입상가 43곳이다.

식약처와 지방식약청, 서울시·대구시는 무허가 수입 의약품과 마약류, 위조 의약품 등의 유통·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43곳 가운데 30곳, 69.7%에서 일본산·미국산 무허가 수입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국은 위반 제품 약 1,300개를 현장에서 봉인·봉함하거나 임의 제출받아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고, 해당 업소를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 수사의뢰했다.

 

적발 품목도 소비자에게 낯선 제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열진통제와 진통소염제를 비롯해 감기약, 비염치료제, 위장약, 진해거담제, 피부약, 여드름 치료제, 무좀약, 변비약, 멀미약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찾는 종류가 포함됐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평소 알고 있던 제품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제품의 유명세가 아니라 국내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유통되는 의약품인지 여부다.

 

해외에서 정식 판매되는 약인데 왜 문제가 될까

소비자가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다.

해외에서 허가받아 정상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이라고 해서 국내 어느 판매처에서나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해외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이라도 국내 의약품 수입업자가 정식으로 수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품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고, 불법 위조품이라면 위해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 과정도 문제다.

의약품은 제품에 따라 적절한 온도와 보관환경 등이 중요하다. 정상적인 의약품 유통망을 벗어난 제품은 소비자가 어떤 경로로 국내에 들어왔고 어떻게 운반·보관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한 뒤의 대응에도 차이가 있다. 식약처는 비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구입한 제품은 사용 중 피해가 발생해도 회수나 보상 등 법적인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식 약국’과 시장·상점의 의약품 판매는 무엇이 다른가

약국과 일반 상점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단순히 판매 장소에 있지 않다.

약사법상 약국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저장·진열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 역시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약국에서는 국내에서 허가되고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같은 진통제나 감기약이라도 복용자의 연령, 현재 복용 중인 다른 약, 기저질환 등에 따라 주의할 사항이 달라질 수 있다. 여러 약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분이 들어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성분을 중복 복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여러 의약품을 함께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해외에서 유명한 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의 구매하기보다 약사에게 현재 복용 중인 약을 알리고 성분과 복용 방법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포장이 멀쩡하다고 정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무허가 유통 의약품의 또 다른 문제는 소비자가 겉모습만 보고 정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제품명과 포장 디자인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유사하더라도 실제 제조·유통경로까지 소비자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외국에서 많이 쓰는 제품’, ‘유명 브랜드’, ‘전에 먹어본 약’이라는 사실만으로 국내 유통 제품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점검에서 식약처가 감기약과 위장약 등을 포함해 무허가 수입 의약품뿐 아니라 마약류와 위조 의약품의 유통 여부까지 함께 점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감기약·진통제도 성분부터 확인해야

이번에 적발된 제품 목록을 보면 소비자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성분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등 해열·진통 성분부터 슈도에페드린이 포함된 감기약, 항히스타민 성분이 포함된 비염·멀미 관련 제품,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외용제 등이 확인됐다. 일부 제품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을 소비자가 일반 생활용품처럼 임의로 선택하면 자신이 이미 복용하고 있는 의약품과 성분이 겹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고령층처럼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라면 의약품을 구입할 때 제품 이름보다 성분과 함량, 복용법을 확인하는 습관이 더욱 중요하다.

 

시장에서 의약품을 발견했다면 ‘어디서 파느냐’부터 확인

전통시장 자체가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단속 역시 서울 남대문시장과 대구 교동시장의 일부 수입상가를 대상으로 한 점검 결과이므로 이를 모든 전통시장이나 모든 수입제품의 문제로 확대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기준은 판매 장소가 시장인지 대형상가인지가 아니라 의약품이 적법한 유통경로를 거쳐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지다.

 

식약처는 이번에 적발된 무허가 수입 의약품 정보를 관세청에 제공해 통관 차단을 요청하고 전통시장 상인회에도 불법 판매 근절을 요청했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불법 유통 의약품에 대한 감시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유명한 약이라고 해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 같은 안전관리 체계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처럼 가격이나 브랜드만 보고 고르기보다 국내에서 허가된 제품인지,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쳤는지, 약국에서 약사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된다.

작성 2026.08.27 14:34 수정 2026.08.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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