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허가 ‘속도’가 경쟁력 된다…K-바이오, 규제혁신이 산업 판도 바꾼다

식약처,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서 신약·바이오의약품 규제혁신 논의

AI·실사용데이터 활용 확대…바이오시밀러는 ‘임상 중심→분석 중심’ 전환

글로벌 규제조화가 해외 진출 관건…개발비용·시장 진입 속도에도 영향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경쟁 기준이 ‘누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느냐’에서 ‘누가 혁신 기술을 더 빠르게 제품으로 연결하느냐’로 확대되고 있다. 연구개발에 성공하더라도 허가·심사 과정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환자에게 치료제를 공급하는 시점이 늦어지고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입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기존의 임상시험과 허가 방식만으로 새로운 기술을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산업에서 규제는 단순히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 연구개발 단계부터 기업의 개발 전략과 비용, 시장 진입 시기를 결정하는 산업 경쟁력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산업을 간략히 표현한 이미지 (AI 제작)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바이오 대도약, 혁신에 속도를 더하다’를 주제로 ‘2026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를 개최한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GBC에는 국내외 규제당국과 제약·바이오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AI와 첨단바이오의약품 등 혁신 기술을 실제 제품 개발과 환자 치료로 연결하기 위한 규제정책과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신약 개발만 빨라져서는 안 된다…허가·심사도 변화

이번 행사에서 산업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신약과 바이오의약품의 ‘허가 속도’다.

 

식약처는 규제과학 혁신포럼을 통해 지난 6월 1일부터 추진하고 있는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 방안’을 공유한다.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신기술 의료기기의 허가·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신약 개발기업 입장에서도 허가·심사 기간은 중요한 변수다.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해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시험을 마치더라도 허가가 늦어지면 그만큼 시장 진입도 늦어진다. 반대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심사의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약처가 제시한 미래 심사체계에는 AI 기반 심사 도구와 실사용데이터(RWD) 활용 등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ICH와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신속심사와 규제조화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속한 허가’가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기준을 낮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새로운 기술에 맞는 과학적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심사체계를 효율화해 불필요한 개발 지연을 줄이는 데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중심’에서 ‘분석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더욱 눈여겨볼 변화는 바이오시밀러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효능과 안전성이 유사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중요한 개발 과정이었다. 하지만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규제의 중심축도 고도화된 품질 분석을 통해 의약품의 ‘구조와 기능의 동등성’을 얼마나 정밀하게 입증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GBC 유전자재조합의약품 포럼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식약처는 AI가 항체치료제 개발의 문턱을 낮추고 있으며, 복잡한 비교 유효성 임상 중심에서 고도화된 분석데이터 중심으로 규제가 전환되는 것이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비용과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변화가 실제 규제제도로 정착한다면 기업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과학적으로 충분한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일부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경우 개발기간과 비용 부담을 낮출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특허 만료 이후 얼마나 신속하게 제품을 개발해 주요 시장에 진입하느냐가 사업 경쟁력과 연결된다. 따라서 분석기술의 고도화와 이를 인정하는 규제체계의 변화는 연구개발 전략뿐 아니라 기업의 시장 진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받은 허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규제혁신이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국내 허가 속도만 빨라져서는 부족하다.

바이오의약품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할 때 해당 국가 규제기관의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국가마다 요구하는 자료와 심사 기준에 차이가 크다면 기업은 시장별로 추가 자료를 준비해야 하고 개발기간과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규제체계가 국제 기준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경쟁력과 연결되는 문제다.

이번 GBC에서 식약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과 허가·심사 현황과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 심사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일본 PMDA와 심사 과정의 주요 이슈와 국제적으로 조화된 허가심사 관점을 공유할 예정이다.

 

캐나다와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규제기관 담당자와 국내 바이오기업 간 1대1 미팅도 마련된다. 국내 기업이 해외 허가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규제 문제를 해당 국가 규제기관과 직접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시장 진출 지원의 성격을 갖는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시대, ‘규제 역량’도 기술력이 된다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는 규제 대응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존 의약품과 다른 제조공정과 품질 특성을 가진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할수록 기업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허가에 필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설계하고 축적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도 주요 국가의 첨단바이오의약품 정책과 규제 동향을 토대로 개발 및 품질관리 방향과 기업·연구기관의 대응 전략이 논의된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도 후보물질이나 원천기술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제조·품질관리, 허가 전략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하고 주요 국가의 규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제품의 상용화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좋은 기술’에서 ‘시장에 먼저 도달하는 기술’로

이번 GBC가 보여주는 변화의 핵심은 규제와 산업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규제가 개발을 마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마지막 단계’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AI 신약개발과 첨단바이오의약품 시대에는 개발 초기부터 규제과학을 고려해야 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분석 중심 평가, AI 기반 심사 도구, 실사용데이터 활용, 국제 규제조화 등이 실제 허가제도에 어느 수준까지 반영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규제 변화에 따라 기업의 임상 전략과 개발비용, 허가기간, 해외시장 진출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제는 혁신의 가능성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과학에 기반한 규제혁신과 글로벌 규제협력을 통해 K-바이오의 혁신과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K-바이오의 다음 경쟁은 연구실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혁신적인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기술력과 함께 이를 임상과 허가, 생산을 거쳐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장까지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허가·심사 혁신과 글로벌 규제조화가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 경우 신약과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속도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작성 2026.08.26 15:58 수정 2026.08.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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