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사상 최악의 기온을 경쇄하는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실내 냉방 기기의 가동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사무실, 지하철, 카페, 그리고 각 가정에 이르기까지 에어컨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구원 투수로 작동한다.
그러나 바깥의 찜통더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차가운 실내 공기 속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냉방 기기의 오남용으로 인한 신체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수 역시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에어컨이 주는 시원함의 그늘 뒤에 숨은 건강의 적, 이른바 냉방 질환의 역습이 본격화된 셈이다.
냉방병은 현대 문명이 낳은 대표적인 환경적 적응 장애 질환으로, 과도한 실내외 온도 차이에 인체가 적절히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
"체온 조절 시스템의 고장"!! 냉방병 발병과 증상
냉방병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생리학적 원인은 자율신경계의 체온 조절 기능 자극과 과부하에 있다. 인체는 외부 기온 변화에 맞춰 땀을 흘리거나 혈관을 수축 및 확장하여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자율신경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외부 온도는 30도를 웃도는 고온 다습한 환경인 반면 실내 온도는 20도 안팎의 차갑고 건조한 환경일 때, 이 두 공간을 빈번하게 오가면 자율신경계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인체 생체 시계가 적응할 수 있는 한계 범위를 벗어난 온도 차이는 뇌의 시상하부에 부담을 주어 전신의 자율신경 조절 기능을 저하시킨다.
자율신경계 기능이 저하되면 신체 전반에 걸쳐 다채롭고 복합적인 이상 증세가 도출된다. 가장 대표적인 징후는 뇌 혈류량 조절 이상으로 발생하는 찌릿하고 지끈거리는 두통이다.
차가운 공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 혈관이 지나치게 수축하여 전신의 혈액순환이 방해받고, 이로 인해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어깨와 목 근육이 뭉치는 근육통이 나타난다.
또한 장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교란되면서 소화불량, 하복부 팽만감, 복통, 설사 등 위장관 장애가 수반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호르몬 불균형이 초래되어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생리 주기 변화가 관찰되는 등 전신성 쇠약감과 피로감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러스 감염인가? 환경적 적응 장애인가?” 냉방병과 여름 감기 차이점
많은 이들이 으슬으슬한 오한과 기침, 두통이 찾아왔을 때 자신이 여름 감기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냉방병에 걸린 것인지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두 질환은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병인학적 발생 원인과 치료 접근법에 있어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여름 감기는 리노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등 외부 바이러스가 호흡기 점막으로 침투하여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따라서 약 38도 이상의 고열이 동반되거나 목 안이 빨갛게 부어오르는 인후통, 심한 콧물과 가래가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며 타인에게 전섭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반면 냉방병은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 환경적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자율신경계 불균형 증상이다.
따라서 발열 증상이 없거나 미열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전염성이 전혀 없다. 약물 치료 없이도 에어컨 바람을 피하고 실내외 온도 차를 줄이며 휴식을 취하면 비교적 신속하게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다만 냉방병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는 레지오넬라증은 주의가 필요하다.
에어컨 냉각수나 쿨링 타워에서 번식한 레지오넬라균이 공기를 타고 호흡기로 침투하여 발생하는 이 감염증은 심한 고열과 고통스러운 기침, 호흡곤란을 유발하므로 단순 환경적 냉방병과 명확히 구분하여 전문적인 항생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밀폐된 공간과 건조한 공기가 만든 기침"!! 에어컨 기침·두통 차단 및 실전 관리법
에어컨을 가동할 때 유독 심해지는 잔기침과 답답한 두통의 주범은 밀폐된 실내 환경과 급격한 습도 저하다. 에어컨은 실내 공기를 흡입하여 수분을 제거한 뒤 차가운 공기로 배출하는 구조를 띤다.
장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면 실내 습도가 30퍼센트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기관지 점막이 바짝 마르게 된다.
호흡기 점막의 건조함은 섬모 운동 기능을 저하시켜 외부 미세먼지나 바이러스를 걸러내지 못하게 만들고, 이에 따라 호흡기 자극으로 인한 발작적인 기침과 목의 칼칼함을 유발한다.
또한 갇힌 공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은 뇌 산소 공급을 방해하여 산만함과 두통을 가중시킨다.
에어컨 기침과 두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온도 차를 5도 이내로 유지하는 정밀한 온도 관리가 필수적이다.
여름철 적정 실내 온도는 26도에서 28도 사이로 설정하는 것이 자율신경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최소 2시간에서 3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활짝 열어 10분 이상 환기를 실시함으로써 실내 이산화탄소와 오염 물질을 배출해야 한다.
아울러 찬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에어컨 날개 방향을 위쪽으로 조정하거나 얇은 긴소매 겉옷을 준비해 체온 감소를 막아야 한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어 호흡기 점막의 수분을 충전하고 굳어진 목과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실전 관리가 강력히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