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초강력 폭염’이 전국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소득과 직업에 따라 기후위기의 피해가 불평등하게 작용하는 ‘기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실내에서 일하는 직군과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야외 노동자, 그리고 전기요금 부담과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냉방기를 켜지 못하는 기후 취약계층 간의 생존권 격차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을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신체적·경제적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 재해’로 인식하고 복지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누군가에겐 쾌적한 피서, 누군가에겐 생존의 사투”
고용노동부와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폭염특보 발령 시 발생하는 온열질환 사망자 및 중증 환자의 약 70%가 건설 현장, 택배 물류창고, 농경지 등 야외 및 고온 밀폐 작업장에서 집중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간, 냉방 장치가 가동되는 사무직 노동자의 온열질환 발생률은 제로에 가까운 반면, 옥외 노동 환경에 노출된 이들은 심장 박동수 급증과 탈수, 급성 신손상(AKI) 위험에 직면해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감온도 35도 이상의 환경에서 옥외 작업을 1시간 지속할 경우 작업자의 체온은 평균 1.5℃ 이상 상승하며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가 곧 생존권’... 주거 취약계층을 덮친 에너지 빈곤
기후 양극화는 노동 현장을 넘어 주거 환경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쪽방촌, 반지하, 옥탑방 거주 가구의 여름철 실내 온도는 외부 기온보다 평균 2~4℃ 더 높게 측정된다.
이들 가구 중 대다수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에어컨을 갖추고도 가동하지 못하거나, 소형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해 폭염을 견디고 있다. 이로 인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실내 열사병 사망 사례가 매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기본 생존권'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적 강제성 없는 휴식 권고... ‘기후 복지’ 패러다임 전환 절실
정부는 체감온도 35도 이상 시 옥외 작업 중단을 권고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일당제 노동자나 하도급 구조 아래에서는 작업을 멈추기 어렵다"는 실효성 지적이 이어진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폭염 시 법적으로 작업을 의무 중단시키고 이에 따른 임금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는 '기후휴업 수당'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차등적 에너지 바우처 지원 확대, 옥외 노동자 강제 휴식제 도입, 취약계층 주거 환경 개선 사업 등 국가 차원의 '기후 복지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