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틴아메리카의 증거기반 연구 기금 조성 사례
캐나다 국제개발연구센터(IDRC)의 지원을 받는 '변화를 위한 돌봄 경제 파트너십(CEP4C)'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GRADE가 UNRISD(유엔사회개발연구소) 및 Global Alliance for Care와 협력해 라틴아메리카의 돌봄 경제 공공 정책 혁신을 위한 협력 행동 연구 기금(Collaborative Action Research Fund)을 조성했다. 총 27만 8천 달러(미화, 약 38만 1천 캐나다 달러) 규모로, 최소 3개 이상의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연구당 지원 상한은 12만 달러이며, 연구 기간은 최대 18개월로 제한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 기금 공고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소개했다. 이 기금이 가리키는 핵심은 분명하다.
공공 정책이 돌봄을 경제적 논리 안으로 편입하려면 실증적 근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기금 마련과 협력 연구가 실질적 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문제 제기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는 한국에도 냉정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GRADE 등 연구기관과 CEP4C가 참조한 분석에 따르면, 돌봄 경제가 라틴아메리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비중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돌봄 노동은 저평가되었고, 성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심화시켜 왔다. 2020년 COVID-19 팬데믹은 돌봄 노동의 불평등을 악화시켰지만, 동시에 돌봄의 가시성을 높이고 정책 전환의 계기를 제공했다. 팬데믹은 돌봄을 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닌 공적 역량과 재정 배분의 문제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인식의 전환이 이번 기금 조성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기금의 설계와 기대 효과 이번 기금은 GRADE, UNRISD, Global Alliance for Care 등 연구기관과 연대해 엄격한 증거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당 3만 달러에서 최대 12만 달러까지 신청할 수 있고, 연구 기간은 최대 18개월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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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규모와 설계는 단기간 내 정책 효과성을 검증하고, 정부 차원의 개입 설계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목적을 반영한다. 기금은 국가 및 지역 정부 차원의 정책 제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무작위대조시험(RCT) 또는 비교 사례 연구 등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어떤 개입이 여성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고 돌봄 제공자의 근무 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지를 검증한다. 돌봄의 경제적 가치 인정의 중요성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와 성불평등 문제
라틴아메리카 수치가 보여주듯, 돌봄을 공식 경제에 포함하면 그 규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GDP 대비 15%라는 수치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제도적 인식 전환의 근거가 된다. GRADE 등 파트너 기관들은 이번 기금의 목적을 명확히 했다.
기금 공고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및 복지를 증진하고, 돌봄 노동을 인정하고 보상하며, 여성 돌봄 제공자(유급 또는 무급)의 근무 조건 및 복지를 개선하는 정책 혁신에 대한 엄격한 증거를 생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같은 접근은 돌봄을 사회적 투자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이며, 단지 복지 예산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노동시장과 성평등 구조를 바꿀 가능성을 가진다.
협력적 연구의 정책적 파급력 기금은 최소 3개 이상의 연구를 지원하도록 설계되어 지역별·국가별 정책 실험을 병행할 수 있게 했다. CEP4C는 "보다 공정한 돌봄 경제를 위한 협력을 촉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협력적 연구는 단독 연구보다 정책 수용성(policy uptake)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지방정부, 중앙정부, 노동조합, 시민사회가 참여한 현장 중심 연구는 연구 결과가 정책 설계에 반영되는 경로를 단축시킨다.
또한 연구 기간을 최대 18개월로 제한한 것은 실무자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실행 가능한 증거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긴 연구 주기로 인한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반론 검토 및 재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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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반론은 두 갈래다. 첫째, 돌봄을 공적 예산으로 확대하면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단기간 연구로는 문화적·제도적 차이를 반영한 장기적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첫째 반론에 대해서는 비용-편익 분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돌봄을 공적으로 조직하면 단기적 지출은 증가하지만, 노동시장 참여 확대, 성별 임금 격차 완화,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기금이 지향하는 엄격한 증거 생산은 바로 이 비용-편익 관계를 실증적으로 밝히는 수단이다.
둘째 반론에 대해서는 연구 설계의 다양화가 답이 된다. 기금은 여러 국가·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제도적 맥락의 차이를 포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18개월의 연구 기간은 초기 효과를 확인하는 데 적절하며, 성공 사례는 후속 장기 연구를 촉발하는 기반이 된다.
한국에 던지는 정책적 시사점과 제언
한국에 주는 시사점과 제언 한국에도 시급한 과제다. 고령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 앞에서 돌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사적인 부담으로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은 라틴아메리카의 사례에서 두 가지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돌봄의 경제적 규모를 공식 통계에 반영하고, 이를 근거로 예산과 노동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무급 가사·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 추계를 정책 기반 자료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정책 실험을 위한 전용 연구기금과 협업 플랫폼을 마련해 실증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기금 규모는 라틴아메리카 사례처럼 초기 단계에서 수십만 달러 수준의 시범사업 자금으로 시작해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정책의 중심에 돌봄 제공자와 수혜자의 목소리를 두어야 한다. 이는 단지 예산 편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노동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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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라틴아메리카에서 조성된 27만 8천 달러(미화) 규모의 협력 행동 연구 기금은 돌봄 경제를 정책 중심으로 끌어오는 실험이다.
한국은 이 실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연구 기반의 정책 설계,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 인정, 돌봄 제공자의 근무 조건 개선이 결합될 때 사회적 안전망은 더 두터워진다.
돌봄을 누가, 어떻게, 어떤 가치로 보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공공 정책과 제도 설계의 영역에서 찾아야 한다.
FAQ
Q. 일반 시민은 라틴아메리카의 연구 기금 소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A. GRADE, UNRISD, Global Alliance for Care 등이 조성한 이번 기금은 라틴아메리카 정책 당국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그 연구 결과는 공개 학술 자료로 배포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시민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 국내 정책 논의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거나, 지역 의원과 지방정부에 유사한 정책 실험을 요구하는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또한 국내 돌봄 관련 시민단체나 연구기관이 국제 기금에 협력 연구자로 참여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돌봄 정책 변화는 연구와 시민 참여가 맞물릴 때 가속화된다.
Q. 한국에서 유사한 연구 기금을 만들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
A. 우선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로 돌봄 경제를 공식 설정하는 것이 첫 단계다. 기금 설계 단계에서는 연구자, 행정가, 돌봄 제공자(유급·무급) 대표를 포함한 협의체 구성이 필수적이며, 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운영 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지원 규모와 기간은 시범사업 성격을 고려해 단기(12~18개월) 연구와 중장기 추적 연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연구 결과가 실제 정책 입안에 연결되는 '연구-정책 연계 메커니즘'을 사전에 제도화해야 기금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