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주택 시장 내 자산 격차가 최근 4개년 동안 가장 극심한 수준으로 벌어지며 서민층의 내 집 마련 꿈이 사실상 신기루로 변하고 있다. 소득 분배 구조의 최하단에 위치한 가구가 서울 지역의 최고급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 푼도 지출하지 않고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을 고스란히 저축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지표가 도출됐다. 이러한 현상은 자산 불평등을 넘어 사회적 계층 고착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 및 부동산 자산 분석 기구인 KB부동산의 최신 통계 수치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 계층의 5분위(상위 20%)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PIR)은 무려 112.7을 마크했다. 이러한 수치는 자산 폭등기였던 지난 2021년 12월(113.7) 이후 약 4년 3개월 만에 도달한 가장 압도적인 고점이다. 지표의 가파른 상승세는 자산 시장의 온기가 아래로 흐르지 않고 상층부에만 집중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구의 연간 수입을 기준으로 주택 매입 가격을 비교 산출하는 PIR 지표는 가계의 주거비 부담 정도와 더불어 자산의 불평등 구조를 투영하는 핵심 바로미터로 통용된다. 이번에 기록된 112.7이라는 수치는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계층이 일체의 생활비를 쓰지 않고 오롯이 연봉을 축적하더라도 서울 상위 20% 내에 진입하는 데 112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됨을 직접적으로 방증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훌륭히 뛰어넘는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상적인 근로 소득만으로는 상급지 진입 장벽을 넘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주거 장벽이 비단 초고가 주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처분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은 서울 내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는 아파트를 구하는 것조차 버거워진 실정이다. 실제 소득 1분위 가계가 서울 하위 20% 수준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한은 작년 말 8.0년에서 불과 몇 달 사이에 8.7년으로 대폭 늘어나며 주거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밑바닥 주거지마저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층의 최후방 방어선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우리 사회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산층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간 소득 계층인 3분위 가구가 서울의 평균적인 중간 가격대(3분위) 주거지를 매입할 때 걸리는 PIR 지표 역시 지난해 말 10.3에서 올해 봄 10.5로 일제히 우상향했다. 월급의 상승 속도가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의 보폭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중산층마저 주택 시장에서 점차 소외당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성실하게 저축하면 강남은 못 가더라도 서울 시내에 번듯한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다던 공식은 완전히 깨진 지 오래다.
이와 대조적으로 막강한 자산 동원력을 갖춘 고소득 가계의 주택 진입 문턱은 오히려 낮아지는 기현상이 관측됐다. 최상위 소득 계층인 5분위 가구가 서울 최고가 주택을 살 때 적용되는 PIR은 작년 말 18.1에서 최근 17.0으로 되레 하락했다. 자산가들에게는 서울의 핵심 주거지가 비교적 접근 가능한 영역으로 좁혀진 양상이다. 이는 소득의 격차보다 자산의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며, 시장의 지배력이 자산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양극화는 구체적인 매매가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재 서울 내 최하위 20% 주택의 평균 거래 가격은 약 5억 1163만 원 선에 머물러 있는 반면, 중간 지점인 3분위 아파트 가격은 12억 157만 원을 기록하며 이미 10억 원 벽을 훌쩍 넘어섰다. 더욱이 상위 20%를 형성하는 고가 주택의 평균 시세는 34억 6065만 원에 달해 자산 간 격차의 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 안에서도 어떤 주택을 소유했느냐에 따라 자산 지도가 완전히 갈리는 구조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과 강남권을 비롯한 이른바 '상급지 선호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 같은 자산 불평등을 가속화했다고 진단한다. 금융권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서민과 중산층은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조차 구하기 어려워진 반면, 규제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자산가들은 가치가 확실한 강남 핵심 정주 여건의 '똘똘한 한 채'로 자금을 집중시키는 차별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의 의도가 도리어 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역설을 낳은 꼴이다.
매매 시장에서 밀려난 무주택 서민들이 임대차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주거 불안정의 불똥은 전월세 시장으로 옮겨붙었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유보한 이들이 전세 시장에 주저앉으면서 서울 지역의 전세 PIR은 43.9까지 동반 상승했다. 이는 최근 41개월래 최고 수준의 수치다. 전세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은 결국 서민층의 저축 여력을 고갈시켜 자산 형성을 원천 차단하고, 이로 인해 매매 시장 진입이 더욱 멀어지는 잔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거 사다리의 복원 없이는 중산층의 붕괴와 저출산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강남권 등 상급지 쏠림 현상과 규제의 역설이 맞물리며 서울 주택 시장은 서민이 진입할 수 없는 구조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 시장 모니터링과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분화된 맞춤형 금융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