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형제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남겨진 재산이다. 그런데 막상 상속 절차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누구는 결혼할 때 집 사줬잖아”, “사업 망했을 때 몇 억 들어갔다더라”는 이야기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상속 싸움이 단순히 남은 재산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생전에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했는지를 다시 따지는 단계로 번지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돈의 흐름을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본다. 부모가 특정 자녀에게 미리 상속에 가까운 경제적 지원을 했다고 판단되면, 그 금액까지 다시 상속 재산 계산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결혼자금이나 사업자금, 부동산 매수 지원금 등이 대표적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30일 “유류분 사건은 사망 당시 남아 있는 재산만 보는 게 아니라, 생전에 특정 자녀에게 흘러간 자금까지 함께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은 시점 제한 없이 유류분 산정 재산에 포함될 수 있어 오래전 결혼자금이나 사업자금도 다시 문제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송으로 가면 형제들 기억 속에 묻혀 있던 돈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부모 명의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큰돈이 이동한 기록이 발견되거나, 자녀 명의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부모 자금이 들어간 정황이 드러나는 식이다.
한 사례에서는 부모가 사망 당시 남긴 재산이 예금 1억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둘째 자녀가 과거 결혼 당시 수억 원대 아파트 자금을 지원받고 셋째 자녀 역시 사업자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첫째 자녀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생전 지원금 역시 유류분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유류분은 민법상 보장된 최소 상속 권리다.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부모 등 직계존속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까지 인정된다. 계산 과정에서는 사망 당시 재산뿐 아니라 생전 증여와 유증 등을 함께 따지게 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 일반 제3자에게 준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1년 이내 등이 문제 되지만, 공동상속인이 받은 특별수익은 수년 전 일이라도 유류분 계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결혼자금이나 사업 지원금이 상속 분쟁에서 다시 등장하는 이유다.
문제는 입증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 돈거래는 차용증 없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현금으로 건네거나 자녀 배우자 계좌, 가족회사 계좌를 거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다른 형제가 이를 추적하려면 금융거래 내역과 부동산 등기부, 사업 자금 흐름 등을 일일이 맞춰봐야 한다.
실제 유류분 소송에서는 “빌려준 돈이었다”, “생활비였다”, “증여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반복해서 나온다. 결국 재판은 감정싸움처럼 시작되지만, 끝에 가서는 자료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계 이야기다.
엄 변호사는 “특별수익 비중이 큰 사건일수록 누가 언제 얼마를 받았는지를 시계열로 정리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차명계좌나 현금 거래가 섞인 경우에는 초기 자료 확보 여부가 소송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시효 문제도 있다. 민법 제1117조에 따르면 유류분권리자는 상속 개시와 반환 대상 증여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안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상속 개시 시점부터는 10년이 지나면 권리가 사라진다. 가족 간 갈등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시효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엄 변호사는 “상속 분쟁은 결국 기록으로 남아 있는 돈의 흐름이 중요해진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자료 확보와 법률 검토를 먼저 서두르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