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16
16. 작은 일을 하는 사람
두 번째로 병원에 왔을 때, 영수는 그냥 복도에 서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올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오니, 이 공간 안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환자가 아니었다. 보호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와 있는 사람.
그 자리가 어색했다.
간호사 한 명이 지나가다 영수를 보았다.
"또 왔네."
말이 짧았지만 차갑지 않았다. 영수는 고개를 숙였다.
"네."
간호사는 잠시 영수를 보다가 물었다.
"할 일 있어?"
"아니요."
"그럼 이거 들어줄 수 있어?"
그녀가 가리킨 것은 물통 두 개였다. 무거워 보였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통을 들었다. 첫날에도 그랬다. 누군가 물어보면 할 수 있었다. 시작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영수는 조금씩 그 공간에서의 자리를 찾아갔다. 아직 말이 많지 않았다. 먼저 나서기보다는, 보이는 것을 했다. 물통이 비어 있으면 채웠다. 바닥에 무언가 떨어져 있으면 주웠다. 보호자가 복도에서 우왕좌왕하면 어디를 찾는지 물어보고 안내했다.
작은 일들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 필요한지는 이제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병원에 처음 왔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보는 것이 달라지면, 할 수 있는 것도 달라졌다.
어느 날은 빗자루를 들었다. 복도 끝에 먼지가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 치울 사람이 있을 것이었지만, 지금 당장 아무도 그쪽에 가지 않고 있었다. 영수는 빗자루를 찾아서 쓸었다.
빗자루질은 처음이 아니었다. 집에서도 했다. 하지만 이 좁은 복도에서 하는 빗자루질은 조금 달랐다. 누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벽 쪽으로 밀면서, 소리가 너무 크게 나지 않도록 천천히 쓸었다. 아픈 사람이 자고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는 것을, 영수는 나중에 알아차렸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쓸었다.
그날 오후였다.
영수는 복도 중간에서 빗자루질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남자가 지나갔다. 영수를 보았다. 멈추었다. 영수도 멈추었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영수는 그 등을 보았다. 말이 없었다. 잘한다거나, 고맙다거나, 뭔가 계속 해 달라거나. 그런 말이 없었다. 그냥 보고 지나쳤다.
그런데 그 침묵이 이상하게 편했다.
칭찬을 기대하고 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잘 보이려고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필요한 것을 했을 뿐이었다. 남자가 말없이 지나친 것은,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고 받아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 그냥 해야 할 일.
영수는 다시 빗자루를 들었다.
며칠이 더 지났다.
영수는 이제 아침에 병원에 오면 먼저 물통 상태를 확인했다. 채워야 할 것이 있으면 채웠다. 복도를 한 번 둘러보았다. 혼자 있는 보호자가 있으면 가까이 갔다.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었다.
묻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웠다. 낯선 어른에게 말을 거는 일이니까. 하지만 몇 번 해 보니 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가 물어봐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워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오래 이야기를 해서 곤란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사람은 들어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특별한 말을 해 줄 필요가 없어도.
어느 날, 영수는 혼자 긴 이야기를 한 노인에게서 돌아오다가 남자와 마주쳤다.
남자가 물었다.
"저쪽에서 오래 있었네."
"네.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요."
"힘들었어?"
영수는 잠시 생각했다.
"아니요. 그냥 들었어요."
남자는 영수를 바라보았다. 짧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영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앉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듣게 되었다. 끝내려는 생각보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몰랐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수는 생각했다.
남자가 물었다. 왜 오고 싶은지 생각해 오라고.
영수는 그 질문에 아직 말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무언가가 있었다.
물통을 채울 때. 빗자루를 들 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모든 순간에 영수는 여기에 있었다. 다른 어딘가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지금 이 일에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여기였다는 것은 알았다.
골목 끝에서 병원 불빛이 보였다. 저녁이 되어도 꺼지지 않는 불빛.
영수는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 그 불빛은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곳의 빛이었다. 지금 그 불빛은 돌아올 수 있는 곳의 빛이었다.
같은 불빛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다.
영수는 골목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 작은 일들이 쌓이면 무엇이 될까. 물 한 그릇, 빗자루질 한 번, 이야기 하나 들어 주는 것. 이것들이 모이면 무언가가 될까.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쌓이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리고 그 쌓임이, 지금의 영수에게는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