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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칼럼]청소년의 혐오 표현, ‘장난’이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다

[사진=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요즘 청소년들의 일상 대화 속에는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친구가 실수를 했을 때 “너 장애냐?”, “찐따 같다”, “정신병자냐?”와 같은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말하는 학생은 “그냥 장난이었다”, “친한 친구끼리 하는 말이다”, “진짜로 비하하려는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말이 실제로 누군가의 존재를 낮추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애를 조롱의 언어로 사용하는 습관은 매우 심각하다. 어떤 행동이 서툴거나 실수가 있었다는 이유로 “너 장애냐”고 말하는 것은, 장애를 ‘부족함’, ‘무능함’, ‘비정상’과 연결하는 인식을 드러낸다. 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상처가 될 뿐 아니라, 그 말을 듣는 또래들에게도 잘못된 기준을 심어준다. 장애는 놀림의 대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조건이며, 존중받아야 할 다양성이다.

 

청소년기의 언어 습관은 단순한 말버릇으로 끝나지 않는다. 말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태도를 만들며, 태도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누군가를 낮추는 말을 반복하다 보면 타인의 아픔에 무뎌지고, 차별을 가볍게 여기게 된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된 말이 학교 안에서 따돌림, 조롱, 혐오 문화로 번질 수 있다. 결국 혐오 표현은 말하는 사람의 인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듣는 사람의 자존감과 안전감도 해친다.

 

또한 온라인 문화와 짧은 영상 플랫폼의 영향으로 자극적인 표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유행어처럼 혐오 표현을 따라 하며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웃음을 얻기 위해 더 센 표현, 더 모욕적인 표현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웃기기 위해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방식은 진짜 유머가 아니다. 그것은 약자를 희생시켜 순간적인 반응을 얻는 폭력적인 말하기 방식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말의 의미’를 다시 가르쳐야 한다. 학교와 가정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표현이 왜 상처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그런 말 쓰지 마”라고만 말하는 것보다, 그 말이 어떤 사람들을 배제하고 어떤 편견을 강화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너 장애냐?”라는 표현은 단순한 욕이 아니라 장애인을 비하의 기준으로 삼는 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둘째, 대체 표현을 함께 익히게 해야 한다. 친구가 실수했을 때 “너 왜 그래?”라고 공격적으로 말하기보다 “괜찮아?”, “다시 해보자”, “이번엔 실수했네”라고 말할 수 있다. 화가 났을 때도 인격을 모욕하는 말 대신 “그 행동은 불편했어”, “그 말은 기분 나빴어”처럼 상황과 감정을 구분해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언어를 바꾸는 일은 단순히 말을 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셋째, 또래 문화 안에서 스스로 바로잡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교사나 부모의 지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친구들끼리도 “그 말은 좀 아닌 것 같아”, “그 표현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혐오 표현을 지적하는 학생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더 성숙한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넷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밈, 댓글, 영상 속 표현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조회수와 웃음이 많다고 해서 좋은 말은 아니다. 유행하는 표현이라도 차별과 혐오를 담고 있다면 멈춰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유행을 무조건 따라가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힘이다.

 

다섯째, 좋은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의 언어는 그들이 자주 접하는 콘텐츠와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자극적인 영상과 혐오 표현이 반복되는 온라인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말도 거칠어지기 쉽다. 반대로 좋은 책을 함께 읽고, 등장인물의 마음과 상황을 나누는 경험은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는 힘을 길러준다.

 

 문학 작품, 인권 도서, 성장 소설, 그림책, 에세이 등을 함께 읽으며 “이 인물은 왜 상처받았을까?”,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말을 들었을 때 힘이 났을까?”를 이야기해 볼 수 있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활동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훈련이다. 학교와 가정, 지역 도서관이 함께 청소년 독서모임, 한 권 함께 읽기, 북토크, 낭독 활동을 운영한다면 혐오 표현을 줄이고 존중의 언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말은 사람을 세울 수도 있고 무너뜨릴 수도 있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들의 현재를 보여줄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시민으로 성장할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실수를 조롱하는 말 대신 격려하는 말, 차이를 비하하는 말 대신 존중하는 말, 분노를 혐오로 표현하는 말 대신 책임 있게 감정을 전하는 말을 배워야 한다.

 

청소년의 언어 습관을 바꾸는 일은 단순한 예절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며, 다음 세대의 가치관을 건강하게 세우는 중요한 교육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말이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장난인데 왜 그래?”라는 말 대신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돌아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김유미 발행인 기자 yum1024@daum.net
작성 2026.05.13 14:14 수정 2026.05.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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