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אוֹת (오트) - 표징, 기호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창 9:13)
2003년 10월 교통사고가 있었다. 함께 타고 있던 자동차가 급커브길에서 차선을 이탈하여 25m 정도를 날아가 바위에 꽂혔다. 정신이 살짝 들었을 때, '으~ 추워'만 중얼거렸다. 그리곤 다시 의식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다시 의식이 돌아왔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눈 앞으로 형광등이 수차례 지나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근처 군부대 병사들이 나와 일행을 구출했다고 한다. 보험회사 측에서는 차량 파손 상태를 봤을 때,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나 이외의 일행은 갈비뼈가 금이 가거나 얼굴에 난 상처 이외의 큰 문제는 없었지만, 나는 흉추 12번 압박골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하반신 마비가 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등을 갈라서 척추에 6cm길이의 기둥을 두 개 박았다. 굵기 6mm, 길이 6cm짜리 나사못을 그 기둥 하나에 세 개씩, 총 여섯 개를 박았다. 기둥과 나사못은 티타늄으로 만든 거라고 들었던 것 같다. 벌써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당시 수술실에서 들었던 전동 공구들의 신경질적인 날카로운 금속소음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덕분에 나는 법적으로 장애인 등록이 되었다. 그때 나온 보험금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수천만 원이었다. 그 돈을 받아 모두 어머니께 드렸고, 단지 나를 위해서는 205만 원으로 컴퓨터와 프린터를 각각 하나씩 샀다. 당시 우리집 빚을 어느 정도 갚았고, 남는 돈은 생활비로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2007년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불쾌했고 그 불쾌감은 하나님에 대한 원망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몇 년이 더 흘러 알게 되었다. 난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고, 휴대폰 요금을 비롯한 각종 공과금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그 당시 지하철을 탈 때 요금을 내야 했고 다른 혜택들을 받을 수 없었다면, 아마 난 그 시간들을 버텨내지 못했을거다.
요즘도 지하철을 타거나 휴대폰 요금이 빠져나가는 통장을 보면 참으로 감사하다. 가끔 등에 있는 수술자국에 손을 대보기도 한다. 벌써 20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기억과 함께 밀려오는 감동은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그리고 하나님과 했던 그 약속을 상기하게 된다.
나에게는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수술자국이, 아직도 조금 느껴지는 나사못이, 완전히 굽혀지지 않는 허리가 바로 하나님과 나누었던 약속의 표징이다.
허동보 목사(Rev. Huh Dongbo) | 수현교회(Suhyun Church)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