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합성 생태계의 발견
중국과 칠레가 공동으로 수행한 아타카마 해구 심해 탐사에서 과학계가 주목하는 이중의 성과가 나왔다. 탐사팀은 남반구에서 가장 깊은 화학합성(chemosynthetic) 생태계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고, 심해 달팽이 물고기를 포함한 다수의 저서생물이 신종으로 식별되었다. 이 발견은 태양빛 없이 생명을 유지하는 심해 생태계가 전 지구적 규모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설에 결정적 증거를 더하며, 지구 생물 다양성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중국 과학 연구선 탄수어 1호(Tansuo 1)는 156일간의 탐사를 마치고 광저우로 귀항했다. 탐사 기간 동안 연구진은 방대한 생물학적·지질학적 샘플과 고화질 수중 영상을 수집했다. 특히 복수의 심해 달팽이 물고기 종이 발견되었고, 다양한 저서생물의 이미지가 촬영되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신종으로 식별되어 아타카마 해구의 풍부한 어류 생물 다양성이 새롭게 확인되었다.
중국 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이 발표한 탐사 결과는 남반구 심해 생태계 연구에서 이례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심해 생태계는 빛이 전혀 닿지 않는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 화학합성은 태양에너지 없이 해저의 무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이번 탐사에서 확인된 화학합성 생태계는 이러한 방식이 아타카마 해구처럼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작동함을 실증했다. 연구진은 이 발견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전 지구적 화학합성 회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자체 개발 잠수정 펜더우저(Fendouzhe)는 초고압·극저온·극심한 저시정이라는 심해의 3대 난제를 극복하며 탐사를 수행했다.
전문가들은 심해 탐사가 이러한 물리적 조건 때문에 우주 탐사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고 본다. 펜더우저는 전 해양 깊이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번 탐사에서 그 실전 능력을 입증했다.
중국-칠레 과학 협력의 성과
탐사팀은 또한 과거 대규모 지진으로 형성된 해저 단층의 파열 흔적을 확인했다. 이 지진 활동이 심해 지형을 어떻게 형성하고 생물 서식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귀중한 지질학적 증거가 수집되었다.
해저 단층 파열은 심해 지형 변화의 핵심 기제로, 해양 지리학과 지진학 양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이번 탐사에서 확보된 현장 데이터는 향후 관련 연구에 일차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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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사는 중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하달 탐사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2022년 해양 과학 및 공학 연구소가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유엔 해양 과학 10년(2021-2030)의 공식 승인을 받아 국제 심해 협력에서 중국의 역할을 공인받았다. 프로그램은 전 세계 심해 과학자들이 협력하여 심해 환경을 탐사·이해·보호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중국은 이러한 국제 협력 체계를 통해 해양 과학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아타카마 해구에서의 발견은 외계 생명체 탐사 연구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태양 복사가 없는 극한 환경에서 생명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유럽(Europa)이나 엔셀라두스(Enceladus)처럼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태양계 위성에서 생명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된다. 심해 화학합성 생태계 연구가 심화될수록, 생명의 정의와 분포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논의도 확장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심해 탐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극도로 높은 비용과 장비 손실 위험, 탐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주요 우려 사항이다. 그러나 이번 탐사에서 확보된 데이터는 해양 생태계 보전, 기후 변화 메커니즘 이해, 그리고 지진 활동 예측 연구에 두루 활용될 수 있다.
심해 환경이 지구 기후 시스템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 정책 수립에 필수적인 과학적 기초를 제공한다.
향후 연구와 한국의 방향
이번 탐사의 성과는 한국 해양 과학계에도 과제를 던진다. 국제 심해 탐사 프로그램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면 자체 심해 잠수 기술 개발과 함께 글로벌 탐사 네트워크 참여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등 관련 기관이 기술 역량과 국제 협력 채널을 강화한다면, 한국도 심해 탐사 데이터 생산국으로 자리할 수 있다. 중국과 칠레의 이번 협력은 기술 강국과 지리적 거점 국가가 결합하면 어떤 과학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칠레가 아타카마 해구를 접한 지리적 조건을 제공하고, 중국이 탐사 기술과 연구 인프라를 투입한 구조는 향후 다른 국가 간 심해 협력의 모형이 될 수 있다.
국제 해양 과학 협력에서 자국의 역할을 찾는 국가들에게 이 탐사는 유의미한 벤치마크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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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하는 해양 가운데 수심 6,000m 이하의 초심해대는 아직 탐사가 미진한 영역이다. 아타카마 해구 탐사는 그 공백을 메운 작은 한 걸음이지만, 신종 생물 다수 확인과 화학합성 생태계 검증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남겼다. 이번 탐사에서 수집된 샘플과 영상 데이터는 향후 수년간 국제 공동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FAQ
Q. 중국-칠레 공동 심해 탐사에서 발견된 핵심 성과는 무엇인가?
A. 탐사팀은 아타카마 해구에서 남반구 최초로 화학합성 생태계를 확인했다. 화학합성 생태계는 태양빛 없이 해저 무기 화합물에서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이번 발견은 전 지구적 화학합성 회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에 중요한 근거를 더했다. 또한 심해 달팽이 물고기를 포함한 다수의 저서생물이 신종으로 식별되어, 아타카마 해구의 생물 다양성이 예상보다 풍부함이 드러났다. 중국 과학 연구선 탄수어 1호가 156일간 수집한 샘플과 영상 데이터는 향후 국제 공동 연구에 활용된다.
Q. 심해 화학합성 생태계 연구가 외계 생명체 탐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A. 화학합성 생태계는 태양에너지 없이 극한 환경에서 생명이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목성의 위성 유럽(Europa)이나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Enceladus)처럼 두꺼운 얼음층 아래 액체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에서 생명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의 핵심 참고 자료가 된다. 아타카마 해구와 유사한 극한 환경에서 생명이 존재한다면, 태양계 내 다른 천체에서도 유사한 조건이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가 마련된다.
Q. 한국이 국제 심해 탐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A. 자체 심해 탐사 잠수정 기술 개발이 선결 과제다. 중국의 펜더우저(Fendouzhe)처럼 전 해양 깊이에서 작전 가능한 독자 플랫폼을 갖추어야 탐사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등 관련 기관의 연구 인프라를 강화하고, 유엔 해양 과학 10년(2021-2030)처럼 국제적으로 승인된 프로그램에 기관 차원에서 참여함으로써 국제 협력 채널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 역량과 국제 네트워크가 함께 갖춰질 때, 한국은 심해 탐사 데이터를 생산·공유하는 과학 협력국으로 자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