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로지코리아=이거룩 기자] 정부가 소위 ‘로또 청약’을 노린 비현실적 가점 당첨자들을 뿌리 뽑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고강도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당첨자들의 실제 거주 여부를 병원 이용 내역까지 확인해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2025년 7월 이후 분양된 서울 등 규제지역 및 주요 인기 단지 43개소(2.5만 세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합동 집중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청약가점제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부양가족수(최대 35점)’의 허위 기재 여부다. 정부는 당첨자의 부모와 자녀가 실제로 함께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방위적 데이터를 동원한다.
부모님: 최근 3년간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확인해 주로 이용한 병원과 약국 소재지가 주소지와 일치하는지 대조한다.
성인 자녀: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를 통해 직장 소재지를 파악, 서류상 주소지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인지 검증한다.
거주 형태: 부양가족 명의의 전·월세 계약 내역과 주택 소유 여부를 데이터베이스(RTMS, HOMS)로 추적해 위장전입 여부를 가려낸다.
정부는 조사와 병행하여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현재 1년인 30세 이상 자녀의 부양가족 인정 거주 요건을 부모와 동일한 3년으로 대폭 강화한다. 단기간 위장전입을 통해 가점을 올리는 편법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 정수호 주택기금과장은 “현장 점검 인력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증원했다”며 “부정청약으로 확정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몰수하고 10년간 청약 자격을 제한하는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는 내년 6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가 ‘만점 통장’ 뒤에 숨은 위장전입의 그림자를 걷어내겠다고 선언했다. 부모님의 병원 기록과 자녀의 직장 소재지까지 낱낱이 대조하겠다는 이번 발표는, 그동안 ‘운 좋은 소수의 편법’으로 치부되던 부정청약을 국가가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이번 전수조사 여파로 청약 시장에는 당분간 ‘가점 다이어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부양가족을 무리하게 등재해 점수를 높였던 수요자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청약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가점을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지역 내 인기 단지에서 나타나던 비정상적인 '커트라인 고공행진'이 다소 완화되면서, 성실하게 무주택 기간을 채워온 진짜 실수요자들의 당첨 문턱이 낮아지는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민감한 의료 정보까지 들여다보는 검증 방식은 '빅브라더(국가에 의한 감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와 직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잣대가 자칫 '효도 청약'을 하려던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단순히 '적발 건수'에 매몰되기보다, 실거주를 소명할 수 있는 절차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이번 조사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번 대책은 청약 시장의 정의를 세우는 데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매번 당첨 이후에 막대한 행정력을 투입해 '범죄자'를 색출하는 방식은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해답은 데이터의 사전 통합에 있다. 청약 신청 시점에 건강보험공단이나 국세청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하여 부적격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후에 당첨을 취소하고 분양권을 환수하는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장 안정화의 지름길이다.
이번 조사가 일회성 '먼지 털기'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청약 시스템이 한 단계 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시장, 그것이 정부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증명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