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든 살의 피아니스트
햇살 좋은 5월의 일요일 오후, 나는 오래도록 존경해 온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독주회를 찾았다. 연주가 끝난 뒤 그는 담담히 올해 여든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고 말하며, 미소를 띠고 “이제야 피아니스트라고 불러도 되겠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
이어 그는 자신이 평생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를 이야기했다. 그 수호천사는 바로 객석의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었다. 그 겸손한 고백 앞에서 나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음악의 감동도 깊었지만, 관객을 향한 그의 감사의 마음이 전해져 더욱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D.959
그날 연주된 작품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은 곡은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D.959였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가 생의 마지막 해인 1828년에 남긴 세 개의 후기 소나타 중 하나로, 총 네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4악장의 맑고 따뜻한 주제선율은 마치 수호천사가 와서 “삶이 힘겨워도 아름다운 추억 하나가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고 속삭여주는 듯했다.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
슈베르트는 평생 경제적 어려움과 병마 속에서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생의 끝자락에서 가장 깊고 성숙한 음악을 남겼다. 그의 곁에는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라 불린 모임이 있었다. 친구들과 음악 애호가들이 함께 모여 그의 작품을 연주하고 사랑했던 작은 모임이였다.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슈베르트의 수호천사였는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수호천사
슈베르트에게 슈베르티아데가 있었듯,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수호천사가 있다. 어느 날 문득, 그 존재가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날, 우연히 걸려온 전화 한 통, 짧은 문자 하나, 따뜻한 포옹이나 말 한마디가 마음 깊숙이 스며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수호천사가 잠시 다녀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족, 친구, 친척, 이웃이라는 이름의 수호천사들
우리의 수호천사는 멀리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 친척과 이웃일지도 모른다. 5월, 가정의 달이다. 오늘 하루는 내 삶을 버티게 해준 ‘나의 수호천사들’에게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전해 보면 어떨까.
추천곡
프란츠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No. 20 in A major, D.959
(Franz Schubert
Piano Sonata No. 20 in A major, D. 959)
I. Allegro
II. Andantino
III. Scherzo: Allegro vivace -- Trio: Un poco più lento
IV. Rondo: Allegretto -- Pr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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