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바다의 유목민 ‘바자우족’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동남아시아의 푸른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바다의 유목민’이라 불리는 바자우족의 신화를 들려드립니다.
아주 오래전, 세상에 아직 국경이 없던 시절, 바다는 길이었고, 별은 지도였습니다. 그때 바자우 사람들의 조상은 육지가 아닌 파도 위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집니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의 달 여신은 외로운 밤마다 바다를 내려다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검푸른 파도 속에서 홀로 울고 있는 아이 하나를 발견했지요. 여신은 은빛 조개껍데기를 띄워 아이를 품었고, 파도는 그 조개를 밀어 끝없는 바다 위로 데려갔습니다. 아이는 자라며 물고기의 숨을 읽고, 조류의 방향을 듣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는 육지에 오래 머물면 심장이 마른다고 느꼈지요. 어느 날, 달 여신이 다시 나타나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너는 땅으로 가지 않느냐.”
청년은 바다를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바다는 늘 움직이지만 한 번도 스스로를 잃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여신은 미소 지으며 그의 이마에 바닷물을 얹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너와 너의 자손은 바다의 숨으로 살아가게 되리라.”
그날 이후, 바자우 사람들은 배 위에서 아이를 낳고, 별빛 아래에서 잠들며 살아갔습니다. 그들은 물속 깊이 잠수해도 오래 숨을 참을 수 있었고, 파도의 작은 떨림만으로도 날씨를 읽어냈지요. 그러나 바다는 언제나 선물만 주지는 않았습니다. 거센 폭풍이 찾아오면 배는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작은 점처럼 흔들렸고,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밤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노인들은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바다에게 길을 빌려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바자우족은 바다를 정복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바다와 싸우는 대신 바다의 리듬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선택했지요. 오늘 밤, 멀리서 파도 소리가 유난히 낮고 깊게 들린다면 그건 어쩌면 바다가 오래된 자식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흔들려도 괜찮다. 길을 잃지 않는다면.”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