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지금 '87년 체제'라는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한 현행 제9차 개정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며 민주화를 견인해왔지만, 39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사회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과 국민의 높아진 민주주의 의식을 담아내기에 현재의 헌법은 너무나 협소해졌기 때문이다.
1. 39년 만의 개헌 시도,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최근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논의되는 개헌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ㄱ)권력 구조의 개편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현행 '5년 단임제'는 정권의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 어렵고,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또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발생하는 민주적 정당성 취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선투표제 도입도 주요 쟁점이다.
ㄴ)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헌법적 명시: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는 국가 존립의 문제가 되었다.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 입법권과 자치 재정권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ㄷ)기본권 확대 및 시대적 가치 반영: 39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후 위기, 디지털 권리, 동물권, 정보 기본권 등에 대한 내용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는 '기후 개헌'은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과제로 꼽힌다. 또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전문 수록 등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도 포함된다.
2. 왜 지금 개헌이 필요한가?
개헌은 단순히 법 조항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국가의 운영 원리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명에게 집중되는 현 구조는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정쟁을 유발한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승자독식 정치는 타협과 협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권력을 분산하고 입법부와 사법부의 견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헌법적 토대가 바뀌어야 한다.
둘째,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1987년에 비해 경제 규모뿐만 아니라 시민 의식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저출생·고령화, 양극화 심화, 4차 산업혁명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30여 년 전의 문구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현대적인 헌법'이 절실하다.
셋째, 국민 주권주의의 실질적 구현이다.
국민이 직접 법안을 제안하거나 중요한 국가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등의 직접 민주주의 요소 도입 논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직접 전달하기 위함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를 극대화해야 한다.
3. 개헌을 향한 과제와 전망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여야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본인들에게 유리한 권력 구조를 고집하며 골든타임을 놓쳐왔다.
하지만 이제는 정략적 계산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
개헌은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주도하고 전문가가 뒷받침하며 정치권이 합의하는 '상향식 개헌' 절차가 필요하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는 개헌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