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홍예진 작가를 서울 강남에서 1:1 인터뷰로 만났을 때, 그녀는 교육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찾아온 번아웃, 그리고 연이어 찾아온 4년간의 어지럼증
“눈을 떠도 어지럽고, 앉아도 어지럽고, 일어서도 어지러웠어요”
삶이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다. 블로그에 ‘생각쟁2'라는 필명으로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 글을 써내려갔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와 친해지기 위해 쓴 글을 통해서, ‘타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써내려가던 수 많은 이웃들과 댓글로 소통하며, 다정한 마음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한다.
“저는 글로 치유를 받았어요. ‘다정한 언어’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제가, 우리 아이들이 다정한 언어를 통해
행복해 질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문해력’에 관해 글을 쓰게 되었어요."
문해력은 기술이 아니라 ‘연결’이다
그녀가 말하는 문해력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읽기,쓰기 능력과는 결이 다르다.
“잘 읽는다는 건 잘 이해하는 거고, 잘 쓴다는 건 잘 표현하는 거에요. 결국 이해와 표현은 소통이고, 소통은 연결이잖아요”
그녀는 문해력을 점수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로 본다. 글을 잘 쓰는 아이보다,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아이.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아이. 맥락을 읽고 공감할 줄 아는 아이.
이 능력을 그는 ‘오감문해력’이라 부른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느끼는 경험이
함께 갈 때 언어는 비로소 몸에 체화된다는 것이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
AI가 숙제를 대신해 주고, 글을 요약해 주는 시대다. 그렇다면 문해력 교육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홍 작가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이제 똑똑하다는 말은 큰 의미가 없어요. 정보는 AI가 다 찾아주잖아요. 중요한 건 말과 그 너머의 맥락을 이해하는 힘이에요.”
디지털 화면을 빠르게 스크롤하며 소비하는 정보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와 마주 앉아 나눈 대화, 반복해서 들은 이야기, 감정을 설명해 본 경험은 아이 안에 축적된다.
AI 시대일수록 ‘함께하는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너는 몰라도 돼”라는 말의 위험성
그녀는 교실에서 만난 한 아이의 사례를 들려줬다.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도 사과하지 못하던 아이.
알고 보니 집에서 갈등이 생겨도 감정을 표현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본 그대로 관계를 배워요.”
부모가 “미안하다”,"고맙다","사랑한다"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가정에서는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한다.
반대로 “너는 몰라도 돼”라는 말은 아이를 대화 밖으로 밀어낸다.
문해력은 교과서에서만 길러지지 않는다. 저녁 식탁에서, 일상의 대화 속에서 자란다.

집에서 실천하는 오감문해력 훈련법
그녀가 제안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 ‘오늘의 감정’을 말하게 하라.
“오늘 나의 감정은 기쁨입니다. 왜냐하면…” 한 문장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반복하다 보면 아이의 말은 점점 길어진다.
둘째, 읽기 독립 이후에도 계속 읽어주라.
이야기의 처음 - 중간 - 끝 구조, 원인과 결과의 흐름은 반복 낭독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셋째, 말이 글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하라.
아이가 말한 문장을 그대로 적어 보여주면, 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놀랄 만큼 빨리 사라진다.
이 모든 과정의 전제는 단 하나다. 아이의 말이 안전하게 존중받는 환경.
공부가 아닌 ‘행복’을 위한 문해력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읽기 능력, 쓰기 능력과 같은 특정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목적은 결국 잘 소통하고 연결되기 위해서니까요.
나와 너, 그리고 세상을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문해력은 성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힘이다.
지식을 소유하는 교육이 아니라, 존재를 키우는 교육.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인간에게 남는 영역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부모의 관심 속에서 자란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듣고, 말하고, 느끼는 하루의 대화.
그 작은 반복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