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금성·서비스 중심의 복지 지원을 ‘소득 창출형 협동조합 참여’로 연결하는 정책 결합에 나섰다.
핵심은 지원(보호)과 자립(경제활동) 사이의 단절을 줄이는 것이다. 즉, 복지수급자가 단지 수혜자로 머무르지 않고, 마을 단위의 생산·유통·금융·일자리 네트워크 안에서 새로운 소득 경로를 확보하도록 돕는 구조다.
이번 정책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조건부 현금지원 제도로 알려진 가족희망프로그램(PKH)과, 레드 앤 화이트(‘Merah Putih’) 마을 협동조합 프로그램(KDMP/Kopdes Merah Putih)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소개됐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PKH 수혜 가구가 마을 협동조합에 참여함으로써 추가 소득과 사업 기회를 얻도록 설계됐다. 복지가 ‘지출 보전’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의 순환과 연결되는 길을 제도적으로 만드는 시도다.
“마을에서 시작되는 경제”—대규모 협동조합 인프라 구상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미 7만~8만 개 마을에 ‘레드 앤 화이트’ 협동조합을 설립하겠다는 방향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중앙 정부가 “마을 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 전략”으로 이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 구상은 단순한 조직 수 확대가 아니라, 마을 단위의 시장 접근·공급망 단축·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해 빈곤을 낮추겠다는 큰 틀과 맞닿아 있다.
‘자립형 복지’의 문법: 참여를 촉진하는 금융·운영 설계가 관건
대규모 협동조합 구상이 실제 소득으로 연결되려면, 참여자에게 현실적인 금융 접근성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영은행에 자금을 예치해 마을 협동조합에 저리 대출이 공급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고, 협동조합 1곳당 일정 한도 대출 가능성이 언급됐다. 이는 “조직은 만들었지만 운영자금이 부족한” 전형적 실패를 줄이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협동조합은 제도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현장에 필요한 것은 투명한 거버넌스, 회계·경영 역량, 교육과 감독, 지역 수요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이다. 협동조합 설립이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사람(역량)과 규칙(신뢰)이 함께 자라야 한다.
이를 두고 해외 협동조합 전문 매체는 “수만 개 설립 계획이 야심찬 만큼, 금융·거버넌스·훈련이 핵심 리스크”라고 짚었다.
‘연대경제+복지+금융’의 결합은 글로벌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모델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빈곤 완화의 성과는 ‘현금 지원’만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지원은 출발점이고, 지역의 생산·유통·금융 생태계로 이어질 때 지속된다.
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의 조직형태이자 정책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마을 단위에서 고용, 유통, 가격 안정, 공동구매, 소규모 창업을 묶는 플랫폼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 설계가 동반될 때 확장성이 생긴다. 저리 자금 공급 구조는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중요한 촉매가 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복지의 언어를 “지속가능한 자립”으로 옮기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시도는 그 전환의 한 장면이다. 빈곤을 줄이는 길은 숫자로만 정리되지 않는다. 마을의 손과 지역의 신뢰가 함께 움직일 때, 정책은 비로소 생활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