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는 그림의 떡” MZ의 선택, 주주(宙主) 아닌 주주(株主)
집 대신 주식 택한 2030, 주거 사다리 붕괴가 만든 자산 이동
아파트는 더 이상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서울 집값이 현실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2030세대의 자산 축적 경로는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 시작한 투자가, 집을 포기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결혼 3년 차 김모씨(34)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결혼을 앞두고 아파트 마련을 위해 모아둔 자금이 있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가진 돈으로는 서울 아파트는커녕 외곽 주택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김씨는 결국 전세를 택했고, 남은 자금은 미국 증시로 향했다.
김씨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술주와 나스닥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분산 투자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종목 투자와 ETF 모두에서 눈에 띄는 수익을 거뒀다. 집을 사기엔 부족했던 돈이, 주식시장에서는 자산을 불려주는 씨앗이 됐다.
미국 증시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들자 김씨는 지난해 여름 국내 증시로 눈을 돌렸다. 보유하던 미국 주식을 일부 정리하고 반도체주와 조선주를 매수했다. 동시에 코스피200 ETF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코스피지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자 연말을 기점으로 코스닥 ETF까지 분할 매수했다.
짧은 투자 기간에도 수익률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김씨는 “숫자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며 “집을 못 산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아파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목표한 자금에 도달하면 가장 먼저 집을 살 계획이다. 자가 보유 여부가 중·후반 인생의 질을 가른다는 주변의 경험담 때문이다. 김씨에게 주식 투자는 목적이 아닌 과정이다. 종착지는 여전히 부동산이다.
실제 김씨가 점찍었던 아파트는 불과 1년 반 만에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뛰었다. 그는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보고 나서는 한동안 집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전세를 택하고 주식에 투자한 선택은 당시로선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5000선을 넘어선 이후 국내 증시는 시중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주식 투자와 거리를 두던 개인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증시 대기자금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기록적이다. 이달 초 이틀 동안 개인이 코스피 시장에 쏟아부은 자금만 9조원에 달했다.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1억개를 돌파했고, 예탁금 역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식시장의 강세는 2030세대의 자산 선택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 3명 중 1명은 가장 유리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을 꼽았다. 부동산을 제치고 주식이 1위에 오른 것은 조사 시작 이후 처음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부동산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원을 넘었고, 대출 규제는 여전히 높다. 이모씨(30)는 “주식이 좋아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산 증식 수단이 주식”이라고 말했다.
적금 만기 자금이 곧바로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과거 ‘5만전자’에 발이 묶여 증시를 떠났던 20대 투자자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예·적금은 더 이상 종착지가 아니라, 주식 투자로 가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해졌다.
다만 주식 열풍 속에서도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식 투자의 최종 목적을 여전히 ‘주택 구입 자금 마련’으로 여기는 2030세대는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서울 지역 주택 매매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주식과 채권 매각을 통해 조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집을 가진 젊은 세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자산 대부분을 주식에 두고, 갈아타기를 위한 종잣돈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주식 비중은 높지만, 투자 기간은 길게 가져가지 않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주식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거쳐 가는 곳이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식 쏠림 현상을 단순한 투자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결과라는 진단이다. 서울 아파트는 더 이상 차곡차곡 모아 접근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물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증시가 과열될 경우, 조정 국면에서 젊은 세대의 자산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집을 사기 위해 주식을 하는 세대. 그 선택의 이면에는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가 놓여 있다. 2030의 자산 이동은 투자 트렌드가 아니라, 주거 현실이 만들어낸 생존 전략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