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살아가다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면은 쉽게 지치고 무너진다.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 삶의 의미를 다시 붙잡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철학서가 출간됐다. 김영일 저자의 『고맙소! 스피노자 형』(북랩)은 철학자 스피노자의 사상을 일상 언어로 풀어낸 대중 철학 에세이다.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 현자로 변모하다’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철학을 학문이 아닌 삶의 도구로 다룬다. 저자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스피노자의 저작을 오랜 시간 곱씹으며 이해한 내용을 독자에게 최대한 평이하고 친근한 말투로 전달한다. 철학서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아도 될 만큼 문장은 가볍고 서술은 부드럽다.
특히 저자는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서사적 장치를 활용했다. 삶에 지친 50대 중년 남성이 우연히 스피노자의 철학을 만나 변화해 가는 과정을 화자로 설정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사유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이 인물은 스피노자의 가르침을 일상에 적용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점차 타인에게도 평온과 위로를 건네는 존재로 변모한다.
책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한다. 우주와 자연, 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서 출발해, 삶 속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동요와 생로병사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나아가 그러한 깨달음을 가정과 직장, 인간관계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로 논의를 확장한다.
스피노자의 삶 역시 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20대 초반 유대교 공동체로부터 파문을 당하고, 사회적 고립 속에서 생계를 위해 렌즈를 깎으며 철학을 이어간 그의 생애는 사상의 깊이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신을 초월적 심판자가 아닌 자연과 우주, 인간 내면의 법칙으로 이해한 그의 관점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통해 초월적 존재에 의존하기보다 인간 내면의 이성과 지성을 신뢰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고, 타인의 평가와 과거의 상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과정이 이 책 전반에 담겼다.
『고맙소! 스피노자 형』은 즉각적인 성공이나 처세술을 약속하는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대신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삶을 지향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삶이 흔들릴 때, 철학은 도피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안내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