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강 이남 지역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8억원을 넘어섰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상급지 선호 현상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중소형 면적에 수요가 몰린 결과로 해석된다.
2일 KB국민은행 시세를 토대로 한 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한강 이남 11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양천·강서·영등포·동작·관악·구로·금천구)의 중소형 아파트(전용 60㎡ 초과~85㎡ 이하) 평균 매매가격은 18억269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17억8561만원) 대비 약 1% 상승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8억원 선을 넘어섰다.
실거래 현장에서도 상승 흐름은 뚜렷하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18억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불과 2~3년 전과 비교하면 수억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강동구 역시 중소형 면적 아파트가 20억원을 넘기는 거래가 나오며 가격 상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가격 흐름은 대출 규제 환경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고, 이어 ‘10·15 대책’에서는 주택 가격 구간별로 대출 한도를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고가 대형 아파트에 대한 접근성은 크게 낮아졌다.
대출 활용 여지가 줄어들자 수요자들의 선택은 중소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상급지에서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기조는 유지되지만, 대형 대신 중소형을 택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규제로 구매력은 약해졌지만 입지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강하다”며 “그 결과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있는 중소형 면적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 이북 지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종로·용산·성동·마포 등 14개 구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최근 11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대출 한도가 최대치로 적용되는 15억원 이하 구간을 중심으로 가격이 맞춰지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도 관측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있는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며 지역 간 가격 격차를 좁히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소형 아파트 중심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인상 가능성 등으로 대형 면적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며 “실거주 수요가 많은 중소형 면적이 상대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변수도 적지 않다. 대출 규제 기조와 금리 수준, 향후 공급 정책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상급지 선호와 중소형 중심의 선택 전략은 당분간 서울 아파트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