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이 혈관처럼 스며들면서, 공인중개사의 업무 방식과 시장 내 위상에 근본적인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과거 매물 정보를 독점하고 단순 중개에 머물렀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고객에게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는 컨설팅 중심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의 확산은 중개사에게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도구로 삼는 이들에게는 전례 없는 확장성을 제공하는 ‘전략적 자원’이 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플랫폼 시장의 변화는 가히 파괴적이다. 부동산플래닛이 선보인 ‘플래닛AI’는 단순한 정보 조회를 넘어 거대언어모델(LLM)과 전국 단위 실거래 데이터를 결합한 대화형 에이전트로 진화했다. 이제 이용자들은 아파트뿐 아니라 빌딩, 토지, 상가 등 모든 유형의 부동산 시세와 향후 흐름을 실시간으로 상담받는다. 특히 일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정밀한 데이터는 중개사가 수작업으로 파악하던 업무 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는 중개사가 데이터 수집가가 아닌, AI가 도출한 결과값을 고객의 상황에 맞게 ‘해석’해주는 고차원적인 상담가로 변모해야 함을 시사한다.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의 AI 침투는 더욱 날카롭다. 실거래닷컴 등 주요 플랫폼은 빌딩의 과거 거래 이력과 상권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대 수익성과 리스크를 예측하는 도구를 제공하며 중개사의 전문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비용 효율적인 마케팅 채널로서의 기능은 광고비 부담에 시달리는 중개업계에 새로운 대안이 된다. 이제 중개사는 매물의 가치를 ‘감’이 아닌 ‘지표’로 증명해야 하며,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교한 분석 툴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가 곧 중개사의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기술의 진화는 화면 밖으로 나와 물리적 공간까지 점령하고 있다. 이른바 ‘피지컬 AI’라 불리는 로봇 하드웨어 기술은 신축 단지의 프리미엄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었다.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도입한 자율주행 배송 로봇과 커뮤니티 공간의 로봇 서비스는 이제 실험을 넘어 실증 단계에 진입했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등에서 현실화된 현관 앞 배송 시스템은 주거지의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중개사는 이제 단순한 평면 설명을 넘어, 이러한 스마트 시스템이 입주민의 삶에 가져올 실질적인 편익을 ‘생활의 언어’로 치환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주요 기관은 이러한 AI 중심의 변화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산업의 표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기술 도입에 따른 유지 보수 비용과 시스템 지속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결론적으로 AI는 중개사를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사의 가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생존하는 중개사는 기술을 경쟁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것을 고객의 언어로 풀어내어 가치를 더하는 ‘디지털 해석가’가 될 것이다. 시장은 민첩하게 대응하는 이들에게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허락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