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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크 이슬람 세계의 '레가입 칸딜(The Night of Desires)': 억압된 일상을 깨우는 등불의 초대

- 2025년 12월 25일, 세계 터키어권 전역을 수놓은 '3개의 성스러운 달' 개막.

- 알라의 자비는 비처럼 내린다...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8가지 기도.

- 2026년 2월의 라마단을 준비하는 베이스캠프에서 켜는 회개의 촛불.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2025년 12월 25일을 맞이하여 기독교 세계에서는 거룩한 성탄의 의미를 찾을 때, 이슬람의 튀르크 권에서는 이슬람의 거룩한 밤인 ‘레가입 칸딜리(Regaip Kandili)’를 기념한다. 세 개의 성스러운 달이 시작됨을 알리는 이 시기에 무슬림들이 행해야 할 다양한 찬양(Zikir)과 기도문(Tesbih)을 사용한다. 특히, 알라로부터 용서를 구하고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기리며 영적인 축복을 받는 기간이다.  

 

'레가입 칸딜(Regaip Kandili)'은 이슬람 전체의 보편적인 명절이라기보다, 현재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한 '오스만 제국의 문화권'에서 독특하게 발전한 이슬람 전통이다. 우리가 설날이나 추석을 지내는 방식이 유교권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듯, 이슬람 안에서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신을 기리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잿빛 도시를 밝히는 미나렛의 등불

 

2025년 12월 25일 저녁,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의 차가운 바닷바람을 뚫고 아잔(Ezan, 이슬람의 예배를 알리는 소리)이 울려 퍼진다. 서구 사회가 성탄의 환희로 들떠 있을 때, 이곳 이슬람 세계, 특히, 오스만 제국의 심장이었던 튀르키예의 영혼들은 또 다른 차원의 '거룩한 밤'을 맞이한다. 바로, '레가입 칸딜(Regaip Kandili)'이다. 이 밤은 단순히 달력상의 절기가 아니다. 그것은 매캐한 매연과 삶의 고단함에 찌든 일상의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영적인 산소 공급과 같다. 고개를 들어 모스크의 첨탑인 미나렛(Minaret)을 바라보라. 평소와 달리 환하게 켜진 등불(Kandil)은 절망의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 "이곳에 용서의 항구가 있다"라고 손짓하는 성스러운 등대와 같다. 

 

왜 지금, 무엇을 위해 그들은 엎드리는가

 

레가입 칸딜은 돌아오는 이슬람의 단식 기간인 라마단(2026년 2월 19일)이라는 정상을 향한 첫걸음이다. 이슬람력에는 '삼성월'이라 불리는 세 개의 신성한 달이 있다. 라젭(Recep), 샤반(Şaban), 그리고, 대망의 라마단(Ramazan)이다. '레가입 칸딜'은 이 거룩한 시즌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다. 왜 하필 이 밤일까? 튀르키예인들은 라젭 월의 첫 번째 목요일 밤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이 시간을 '신의 자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통로'로 믿는다. 라마단이라는 영적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무슬림들은 이 밤, 베이스캠프에서 자기의 배낭 속에 든 '죄'라는 무거운 돌덩이를 비워내는 작업을 시작한다.

 

빵 냄새와 기도 소리가 어우러진 밤, 튀르키예의 골목길은 독특한 향기로 가득 찬다. '칸딜 시미디(Kandil Simidi)'라 불리는 고소한 깨 빵 냄새다. "이 밤의 축복을 나누자"라며 이웃에게 빵을 건네는 손길에는 종교적 의무를 넘어선 인간적인 온기가 서려 있다. 모스크 안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신자가 엎드려 있다. 그들은 '이스티으파르(İstiğfar, 용서 구함)'를 읊조린다. "에스타으피룰라(Estağfirullah, 신이여, 저를 용서하소서)"라는 짧은 고백은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개인의 회개를 넘어 공동체의 치유로 확장된다.

 

"우리는 모두 길 잃은 양이었습니다"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 인근에서 만난 중년의 사내, 메흐메트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일상은 전쟁 같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누군가를 미워했죠. 하지만 오늘 밤, 이 등불 아래서 나는 다시 아이처럼 순수해질 기회를 얻습니다." 이 밤은 또한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빛(Nur)이 물질세계로 전이된, 즉, 그의 어머니 ‘아미나’가 임신을 인지한 밤으로도 기억된다. 신자들에게 이는 예언자의 인성이 신성한 계획 속에서 구체화된 위대한 사건이며, 그와 영적으로 연결되는 가장 뜨거운 통로가 된다.

 

영혼을 밝히는 8가지 실천: 당신의 마음을 씻는 법

 

튀르키예의 이슬람 학자들은 '레가입 칸딜'을 보내는 8가지 구체적인 수행법을 제시한다. 이는 종교적 형식을 넘어 현대인의 흐트러진 마음을 갈무리하는 명상법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1) 용서의 선언: 100회의 반복을 통해 과거의 응어리를 신에게 맡긴다. 2) 유일함의 확인: "라 일라헤 일랄라"를 외치며 복잡한 욕망을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한다. 3) 사랑의 연결: 예언자에게 축복을 보내며 인류애와 헌신을 되새긴다. 4) 감사와 찬양: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에 대해 '엘함뒬릴라(신께 감사)'를 고백한다. 5) 완전한 헌신: "모든 권능은 신에게 있다"라는 고백으로 교만을 꺾는다. 6) 시작의 축복(비스밀라): 모든 행위의 시작에 신의 이름을 두어 일상을 성소로 만든다. 7) 아름다운 이름 부르기: 신의 99가지 속성 중 '자비'와 '사랑'의 이름을 부르며 내면을 채운다. 8) 말씀의 묵상: 꾸란의 구절을 통해 영혼의 양식을 섭취한다.

 

길은 다르나 갈망은 하나인 영혼들의 교차점

 

기독교의 '대림절(Advent)'이나 '사순절(Lent)'을 떠올려 본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며 촛불을 하나씩 밝히고, 절제와 금식을 통해 내면을 정화하는 그 시공간은 이슬람의 '레가입 칸딜'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기독교인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메시아를 기다리듯, 무슬림들은 레가입의 밤에 등불을 켜고 자비의 알라를 기다린다. 두 종교 모두 '기다림'과 '준비'라는 정거장을 거쳐야만 진정한 축제(성탄 혹은 라마단)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가르친다.

 

결국, 인간은 모두 연약한 존재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빚지고 있으며, 그 부채를 탕감받고 싶은 간절한 '레가입(열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이슬람의 칸딜이나 기독교의 촛불이나, 그 불빛이 지향하는 곳은 하나다. 어두운 인간의 마음속에 '신성한 자비'라는 빛을 모셔 들이는 것. 잿더미 같은 세상 속에서 우리가 여전히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이 밤 누군가가 당신과 나를 위해, 그리고 이 세상을 위해 눈물로 용서를 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성 2025.12.26 12:21 수정 2025.12.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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