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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성소에 울린 '침묵의 기도'… 가자지구, 포성 멎은 크리스마스의 비극

- 2년 전쟁이 할퀸 가자 성가정 교회 성탄 미사 르포.

- 7만 명 희생된 폐허 속, 생존자들이 밝힌 가녀린 촛불.

- "예전의 기쁨은 없다"… 일상 회복 향한 처절한 염원.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수년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크리스마스 예배가 드려졌다. 심각한 파괴와 인명 피해 속에서도 가톨릭 성가족 교회에 모인 기독교인들은 평화를 기원하며 종교적 의무를 다했다. 현지 주민들은 여전히 전쟁의 상흔과 고통 속에 머물러 있지만, 공습이 멈춘 상황에 안도하며 소박하게 성탄절을 기념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가자지구 내 교회 건물들도 여러 차례 표적이 되었으며,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비극을 겪었다.

 

2025년 12월, 가자지구의 공기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크리스마스의 온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따스한 계피 향이나 은은한 소나무 내음이 있어야 할 자리는 2년간 지속된 전쟁이 남긴 매캐한 화약 냄새와 무너진 건물 잔해가 뿜어내는 회색 분진이 대신 채우고 있었다. 거리를 밝히던 화려한 조명 대신, 이따금 정적을 깨는 폭발의 섬광만이 비현실적인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황량한 동토. 그 잿더미의 한가운데, 폭격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가톨릭 성가정 교회(Holy Family Church)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이곳은 단순히 벽돌로 쌓아 올린 종교 시설이 아니었다. 2023년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맹렬한 공세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기댄 위태로운 피난처였다. 포성이 잠시 멈춘 기적 같은 순간, 살아남은 이들이 하나둘 제단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의 어깨 위에는 7만 1천여 명의 이웃이 목숨을 잃고, 17만 명 이상이 피를 흘려야 했던 참혹한 시간의 무게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유엔이 추산한 7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재건 비용은, 이들이 마주한 절망의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차가운 숫자에 불과했다.

 

그날의 미사는 단순한 종교의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폭력의 한복판에서, 여전히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지난 2년의 전쟁은 가장 신성해야 할 공간마저 잔혹하게 짓밟았다. 가자지구 내 3개의 주요 교회는 전쟁 기간 내내 반복적으로 표적이 되었다.

 

특히, 가자시티 동쪽에 있는 성가정 교회는 지난 2025년 7월, 잊을 수 없는 비극을 겪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교회 내부에 피신해 있던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를 포함한 9명이 상처를 입었다. 영혼의 안식처이자 최후의 안전지대라 믿었던 공간이 공격당했을 때, 그들이 느꼈을 공포와 배신감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스 정교회든 가톨릭이든 교파는 중요하지 않았다. 총 20명의 기독교인이 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고, 남은 자들은 같은 고통의 바다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형제자매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무너진 제단 앞에 다시 촛불을 밝혔다. 포격으로 지붕이 뚫려 나간 틈으로 위태로운 하늘이 보였지만, 그 아래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했다. 그것은 폭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저항이었다.

 

미사에 참석한 현지 주민 에드워드 사바그 씨의 고백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그는 "과거와 같은 온전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어 "포성이 멈춘 이 순간, 우리는 겨우 숨을 쉬며 기도를 올린다. 전쟁의 한복판보다는 낫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올해 그들의 성탄은 화려한 축제가 아니라, 생존을 확인하고 서로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지는 애도의 시간이었다.

 

그들이 간절히 바란 것은 거창한 승리나 정치적 보복이 아니었다. 잿더미 속에서 드려진 그들의 기도는 단 하나의 지향점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파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폭격의 공포 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평화였다. 그 소박한 소망이 이토록 이루기 어려운 기적이 되어버린 현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2025년 가자지구의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가. 폐허가 된 도시에서 피어오른 가녀린 촛불은 그 질문에 대한 긍정의 답이자, 이 위태로운 휴전이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지기를 갈망하는 전 인류를 향한 소리 없는 절규였다. 그들의 침묵 어린 기도가 멈추지 않는 한,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이다.

 

작성 2025.12.26 11:12 수정 2025.12.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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