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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용 칼럼] 문장 부호 장치는 시인의 의도

신기용

2025년 어떤 문예지(2, 3월호)에는 마침표를 생략한 시가 대부분이다. 하나라도 찍은 시가 드물다. 하나라도 찍은 시편은 총 108편 가운데 12편(8명)에 불과하다. 우리 문법에서 마침표가 문장의 구성 요소라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마침표의 네 가지 쓰임을 비롯하여 시에서 의미, 심상(이미지), 운율(리듬), 호흡, 진동, 여백에 관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부산의 문단에서 ‘시에 마침표를 무조건 생략하라.’는 말이 떠돌아다닌다. 그 결과물이 해당 문예지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 말을 받아들이거나 답습하는 시인이 많다는 증거이다. 시학과 시 창작 이론으로 똘똘 무장한 강단 출신 원로 시인도 철저히 문장 부호를 찍은 과거와는 달리, 무조건 생략에 동조하는 듯한 시를 발표했다. 매우 충격적인 결과물이다. 학제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시에서 구두점(마침표와 쉼표)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담겨 있음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한글 맞춤법에 마침표는 “제목이나 표어에는 쓰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점에 주목해 보면, 이들은 고차원의 시를 낮은 수준의 표어나 경구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구두점을 철저히 찍든 생략하든 그것은 시인의 의도에 의해 결정할 일이다. 무조건 생략할 요소가 아니다. 구두점은 시인의 철저한 의도적 장치이다. 시에서 언어와 문법의 변형을 허용한다. 이를 ‘시적 허용’, ‘시적 자유’, ‘시적 파격’이라고 한다. 시에서 구두점을 비롯한 문장 부호 생략도 허용한다. 이것도 문법 변형이므로 광의의 ‘시적 허용’의 범주에 속한다.

 

시는 의미, 심상, 운율을 매우 중시한다. 이는 구두점과 내밀한 관련이 있다. 이를 공부하지 않고 얄팍하게 공부한 자들은 문장 부호를 무조건 생략하는 거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순수시를 쓴 김소월, 정지용,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김춘수는 물론이고, 참여시를 쓴 김수영, 신동문을 시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분들은 철저하게 문장 부호를 채택한 시인이다. 

 

자신의 부족한 시적 역량을 숨기려고 문장 부호를 무조건 생략하라는 식의 언동, 시 창작 기법에 대해 아무렇게나 쏘아 대고 질러 대는 언동, 벌거숭이 임금님 같은 무장 해제 상태의 얼치기 언동은 멀리하자. 진짜 시인이 할 언동이 아니다. 사기한(詐欺漢)이나 하는 언동이다. 

 

이와 반대로 문장 부호를 너무 과도하게 장치한 시 한 편을 읽어 본다.

 

숫사자 5배의 수명을 살고 나니 공자님 빙의가 되는 것 같은데…

“세상일은 다 그런 것”이라고 읊조리며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걷는데…

큰길大道의 쪼개진 보도블록에 걸려 대자로 엎어질 뻔하는데…

‘노인 낙상은 큰일’이란 생각이 온 몸을 훑어 내리는데…

그 몸 떨림이 공자님 말씀의 밑창을 빼어 버리는데…

그 밑 빠진 말, 떠도는 객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는데…

선글라스 벗고 둘러보니 밑창 없는 말들이 여기저기 몰려다니는데…

밑창 없는 말을 쏟아내는 소금맷돌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인데…

-「밑 빠진 말」 일부

 

인용 시처럼 아무리 시인의 의도라 하더라도 줄임표를 과잉 장치하면 시가 느슨해진다. 긴장미를 상실한다. 시의 절제미를 갉아먹는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이 시가 과잉 장치의 문제점을 대변한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5.12.10 10:08 수정 2025.12.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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