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대신 실험실에서 키운 '내 치아' 끼운다

배양된 치아 이식 연구

치아 오가노이드 적용


‘이가 자식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다. 치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르는 말이다. 충치, 잇몸 질환, 외상, 노화 등으로 인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치아 손실을 겪는다. 상어 등 일부 동물과 달리 사람의 영구치는 한 번 잃으면 더 이상 새로운 이가 나지 않는다. 치아 손실은 단순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어려움을 잃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외모와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다.

 

그로 인해 잃은 치아를 틀니나 임플란트 등 인공치아로 대체하는 기술이 발달했다.하지만 아무리 본래의 치아와 유사하게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비생물학적인 소재로 만들어지는 인공치아는 실제 치아의 자연스러운 감각과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인대와 신경, 뼈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완전히 흉내 낼 수는 없다.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인공 재료가 아닌 살아있는 세포로 치아를 재생하는 방법을 찾아온 이유다.

 

그런데 최근 살아있는 치아를 배양해 치료에 활용하는 꿈이 현실에 가까워졌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과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공동 연구진은 치아 세포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미국화학회(ACS)의 국제 학술지 ‘마크로 레터스(Macro Letters)’에 게재했다. 치아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재료와 조건을 규명했다는 의미다.

사진 1.교신저자인 아나 안제로바 볼포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치과 교수가 연구에 참고한 치아를 들고 있다. ⒸKing’s College London

치아가 자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상피세포(epithelial cells)와 간엽세포(mesenchymal cells)라는 두 종류의 세포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상피세포는 치아의 가장 단단한 표면인 법랑질을 만들고, 간엽세포는 상아질, 백아질, 치주 인대 등 나머지 구조를 형성한다. 간엽세포는 발치한 치아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상피세포는 치아 발생 초기 단계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성인에게선 확보하기 어렵다.

사진 2.치아는 상피세포와 간엽세포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 두 세포를 재결합하면 치아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shutterstock

 

상피세포와 간엽세포가 분리된 상태에서도 두 세포를 재결합하면 치아와 유사한 구조물, 즉‘치아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를 만들 수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세포 집합체로, 치아 오가노이드의 경우 치아 싹(bud), 모자(cap), 종(bell)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랑질과 상아질, 지지 구조까지 형성하는 과정을 재현할 수 있다. 이 오가노이드를 생체에 이식하면 성숙한 치아로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두 세포의 상호작용을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할 환경이다. 배양은 보통 세포를 지지할 뿐 아니라,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도울 수 있는 ‘하이드로겔’ 소재 내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소재들은 물리적·기계적 특성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없다. 이에 치아 생성 과정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하이드로겔의 농도와 화학 물질의 비율을 조절해 가며, 세포끼리 안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데 성공했다. 각 조건에서 연구진은 쥐의 배아에서 분리한 치아 상피세포와 간엽세포를 활용해 치아를 배양했다. 이때, 하이드로겔이 단단해질수록 치아의 성장이 느리거나, 구조가 불안전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반면, 강성이 낮은 하이드로겔 상태에서 배양된 치아는 정상적인 구조적 발달을 보였다. 즉, 자연스러운 동시에 우수한 기능을 갖춘 치아 오가노이드를 배양할 ‘레시피’를 찾았다는 의미다.

사진 3.연구진은 치아를 배양할 하이드로겔의 농도와 화학적 구성 비율을 바꿔가며 치아 오가노이드가 생장할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ACS Macro Letters

치

다음 과제는 치아 오가노이드를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결손된 치아 부위의 턱뼈에 어린 치아 세포를 이식하거나, 실험실에서 치아를 키운 뒤 이를 환자에 이식하는 방법 등 두 가지 치료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방법 모두 실험실에서 초기 단계의 치아 발달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소요된다는 한계는 있다. 틀니나 임플란트와 달리 배양된 치아는 턱뼈와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즉, 치아처럼 자라고, 적응하며, 스스로 치유도 가능하다. 틀니가 깨지거나 임플란트가 흔들려 반복적인 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든다. 더 튼튼하고, 오래 지속되며 거부 반응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진 4.제1저자인 장쉐첸 연구원이 치아 세포를 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치아 세포를 결손된 치아 부위에 이식하거나, 실험실에서 키운 치아를 이식하면 자연스러운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King’s College London

아나 안젤로바 볼포니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박사는 “실제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초기 실험 결과는 유망하다”며 “틀니나, 임플란트 없이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 진짜 살아 있는 치아를 키워 영구적이고 자연스러운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어와 코끼리 같은 동물은 자연스럽게 치아를 재생하는데, 이제 인간도 과학과 공학의 힘을 통해 치아를 재생하는 동물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하이드로겔 공학, 세포 신호 조절, 줄기세포 생물학의 발전 덕분에 재생 치의학 분야는 SF소설에나 등장했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글 : 권예슬 과학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작성 2025.10.03 08:52 수정 2025.10.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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