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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당뇨·파킨슨까지… ‘차게 먹으면 병’ 주장, 어디까지 근거 있나

‘찬 음식=만병의 근원’ 주장의 내용과 확산 배경

인체는 차가운 음식·음료를 어떻게 처리하나

질환별 팩트체크..두통, 치매·파킨슨, 당뇨, 간·담·신장, 골다공증

[사진 출처: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녀의 모습, 챗gpt 생성]

여름마다 재등장하는 ‘찬 음식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글은 차갑게 먹으면 몸이 36.5도로 데우느라 간과 담이 혹사되고, 두통에서 파킨슨·치매·당뇨·골다공증까지 이어진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의학과 공중보건 자료를 종합하면 이러한 인과 고리는 과장되었거나 사실과 다르다. 

 

인체는 차가운 물이 들어오면 점막과 혈류로 빠르게 온도를 맞추고, 이때 쓰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매우 작다. 임상의들은 얼음물 한 컵을 체온으로 데우는 데 드는 열량이 ‘소량’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즉 음료의 온도 자체가 간담 손상의 직접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


차가운 자극이 단기 증상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부정되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아이스크림 두통(차가운 자극성 두통)’은 실제 현상이고 대개 수 초에서 수 분 내 사라진다. 원리는 입천장과 인두의 혈관이 급격히 수축·확장하며 통증 회로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천천히 먹거나 양을 줄이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현상을 만성 신경퇴행성 질환의 원인으로 일반화할 근거는 없다.


가장 무게 있는 반박은 ‘무엇이 질병 위험을 높이는가’에 대한 국제 지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매 위험을 낮추려면 규칙적 운동, 금연, 절주, 체중·혈압·혈당 관리 같은 생활습관을 우선 제시한다. 여기에는 음료의 ‘온도’ 항목이 없다. 

 

파킨슨병과 관련해서도 국립신경질환연구소(NINDS)는 고령, 일부 유전 요인, 농약 등 환경 노출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설명한다. 이들 권고와 사실관계는 ‘차게 마시면 치매·파킨슨이 온다’는 서사와 어긋난다.

 

당뇨와의 연관성도 온도보다 ‘성분’이 문제다. 보건당국은 가당음료(탄산·에너지·가당차 등)의 잦은 섭취가 체중 증가와 제2형 당뇨, 심혈관질환 등과 연관된다고 반복해서 경고해 왔다. 다시 말해 위험 신호는 ‘차가움’이 아니라 ‘설탕’이다. 갈증 해소에는 물과 무가당 음료가 권장된다.

 

간과 담을 둘러싼 주장 또한 사실과 다르다. 간이 음료를 ‘데워 준다’는 식의 설명은 생리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담낭은 특히 지방 섭취에 반응해 수축하고 담즙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담낭암의 알려진 위험 인자는 만성 담석과 담낭염, 고령, 여성 등이며, 음식의 온도는 위험 인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찬물을 즐기면 신장이 망가지고 골다공증이 생긴다’는 문장도 비약이 크다. 실제 임상에서는 오히려 만성 신장질환이 진행하면 칼슘·인·부갑상선호르몬의 불균형으로 골대사 장애가 발생한다는 인과가 더 널리 받아들여진다. 즉 신장질환이 뼈 건강을 해치는 것이지, 물의 온도가 뼈를 직접 약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다.


해부학 지식의 오류도 눈에 띈다. “비장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 당뇨가 생긴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인슐린은 췌장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가 만든다. 비장은 혈액 여과와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 이 기본 사실만 확인해도 ‘비장→인슐린→당뇨’ 도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갑게’의 영향은 전혀 없을까. 소규모 인체 연구에서는 냉음료가 위장 운동성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초기 위 배출 속도를 더디게 하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식후 더부룩함 같은 단기 불편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장기질환의 원인으로 비약하기에는 연구 규모와 근거의 질이 부족하다. 

 

반대로 운동 직후에는 차가운 음료가 체감 더위를 낮춰 음수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보고가 있다. 결국 개인의 증상과 상황에 맞춰 온도를 조절하는 실용적 접근이 합리적이다.

 

흥미롭게도 온도와 관련한 명확한 ‘경고’는 반대편에서 나온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섭씨 65도 이상 ‘아주 뜨거운’ 음료가 식도암 위험을 ‘가능성이 높다(Group 2A)’로 평가했다. 위험의 핵심은 무엇을 마셨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뜨거웠느냐’였다. 뜨거운 차·커피·국물은 잠시 식혀 마시는 습관이 안전하다.

 

정리하면, 차가운 음료는 일부 사람에게 두통이나 일시적 위장 불편을 유발할 수 있으나 치매·파킨슨·당뇨·골다공증·담낭암의 ‘직접 원인’이라는 주장은 근거 부족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줄이고, 갈증과 활동량을 기준으로 수분을 고르게 보충하며, 너무 뜨겁지 않게 마시는 기본 수칙이 더 효과적이다. 공포가 아니라 증거가 생활을 바꾼다. 
 

 

 

 

 

 

 

 

 

 

작성 2025.08.11 16:56 수정 2025.08.11 16:56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최수안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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