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맛있는 수요편지 김정하입니다. 여름의 초입에 들어서니 다양한 과일과 식재료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집 앞 로컬푸드에 나와 있는 산딸기를 보며 시댁에 있는 산딸기나무에도 열매가 달렸을 것 같아 지난 주말 다녀왔습니다.
연한 초록색이던 여린 잎들이 어느새 녹음으로 변해가는 풍경을 지나 밭에 도착했습니다. 10년 정도 자란 산딸기 나무가지에 빽빽히 빨간 열매가 달려있습니다. 5개 정도가 모여서 달려있는데 유독 가운데 위치한 딸기가 제일 먼저 익어 손이 닿기만해도 톡 떨어집니다. 가지에 나있는 자잘한 가시에 손과 팔이 많이 긁혔습니다. 가시 넝쿨 사이에서 손을 뻗어 한 시간 쯤 딸기를 땄을까요 같이 하던 남편이 재미있냐고 물어봅니다.
“응. 우리 둘만의 산딸기 축제 같잖아.”
어린시절 TV로 봤던 애니메이션 ‘빨간머리 앤’이 생각납니다.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만화영화로 주인공 ‘앤 셜리’는 고아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실수로 초록 지붕 집에 입양 됩니다. 초록 지붕집이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갈등과 교감을 통해 소녀가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앤’은 생동감이 넘치고 상상력이 풍부해서 주변의 평범한 것들도 특별하게 만들어버리는 재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가의 나무에 멋진 이름을 붙이거나, 평범한 순간을 이야기로 바꾸죠.
단순히 딸기 따는 일이지만 ‘둘 만의 산딸기 축제’라는 이름이 붙어버리니 저도 ‘빨간머리 앤’처럼 상상력이 마구 샘솟았습니다. 빨간머리 앤이 돼서 하루를 적어봤습니다.
‘초록 잎 사이로 얼굴을 내민 작고 빨간 산딸기들이 마치 내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속사이는 것 같았다. 햇살이 잎사귀 틈 사이로 반짝이며 작은 보석처럼 딸기들을 비췄죠. 딸기 하나를 손끝으로 잡고 톡 하고 꺾는 순간, 아기를 대하는 것 처럼 조심스럽고 설렜어요. 산딸기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 아래서 바구니가 점점 차오를수록, 제 마음도 딸기처럼 붉고 환하게 부풀어 올랐어요.’
어린시절로 돌아간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소하고 작은 일도 처음해보는 일이라 즐거웠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인생에 이런 설렘이 계속된다면, 매일 즐겁게 살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날이니까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는건 어떨까요.
K People Focus 김정하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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