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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9

9. 병원이라는 곳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9

 

 

 

9. 병원이라는 곳

 

 

병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그 틈으로 복도의 빛이 길게 들어왔다. 영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있다가, 숨소리가 조금 고르게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는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든 것인지, 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아침보다 편안해 보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영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병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복도의 공기는 조금 달랐다. 더 서늘하고, 더 넓었다. 그리고 더 많은 소리가 있었다. 낮은 목소리들, 발걸음들, 어딘가에서 물이 끓는 소리. 그 소리들이 서로 섞이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영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냥 병실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이고 싶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는 천천히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복도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사람, 벽에 기대어 잠든 사람, 그리고 그 옆을 조용히 오가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아픔을 안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공간은 혼란스럽지 않았다. 큰 소리도 없었고, 급하게 뛰는 사람도 없었다.

 

영수는 그 이유를 생각했다. 아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더 시끄럽고 더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은 골목보다 조용했다. 골목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는데.

 

어쩌면 진짜로 힘든 일 앞에서는, 사람들이 오히려 조용해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첫 번째 병실 앞을 지나쳤다.

 

문틈으로 안이 조금 보였다.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가 누워 있었다. 옆에는 손을 잡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외롭지 않아 보였다.

 

영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과 엄마도 저렇게 보일까. 말이 없어도 손을 잡고 있는 두 사람. 그런데 엄마와 자신 사이에는 언제나 말이 너무 적었다. 엄마는 괜찮다고만 했고, 영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느꼈다. 진짜 말을 나눈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엄마가 나으면, 그때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

 

두 번째 병실 앞에서 발이 멈췄다. 아이가 울고 있었다. 엄마가 그 아이를 안고 있었고, 간호사가 옆에서 등을 두드려 주고 있었다.

 

"괜찮아, 금방 끝나."

 

그 말이 반복되었다. 아이는 울면서도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영수는 그 장면을 보며 잠시 멈췄다. 저 아이는 지금 무서운 것이다. 아프고, 낯설고, 무서운 것이다. 어른들은 금방 끝난다고 하지만, 아이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끝없이 느껴질 수 있다. 영수는 그것을 알았다. 오늘 아침 병원 문 앞에서 서 있던 자신도, 저 아이처럼 무서웠으니까. 그런데 간호사는 계속 옆에 있었다. 울음이 멈출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세 번째 병실 앞에서는 오래 서 있지 않았다. 누워 있는 사람의 얼굴이 너무 창백했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침에 처음 이불을 들추었을 때 보았던 그 얼굴. 영수는 그냥 지나쳤다. 그 병실 앞에서는 너무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복도 끝에 창문이 하나 있었다.

 

창문은 조금 열려 있었고, 바깥의 찬 공기가 얇게 들어오고 있었다. 커튼이 바람에 아주 조금씩 흔들렸다. 영수는 그 앞에 서서 바깥을 보았다. 골목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그 골목. 그곳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같은 세상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까.

 

골목은 늘 시끄러웠다. 소리가 겹치고, 사람들이 부딪히고, 누군가는 화를 내고, 누군가는 울었다. 그런데 이 병원 안은 달랐다. 여기에도 아픈 사람들이 있었고, 힘든 사람들이 있었고, 돈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은 조용했다.

 

그 평온은, 아무 일도 없어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일이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평온 같았다. 아픈 사람 곁에서는 소리를 낮추게 되는 것. 힘든 사람 앞에서는 천천히 움직이게 되는 것. 그 배려들이 모여 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영수는 그 사실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복도를 다시 걸었다.

 

그때, 한 간호사가 물통을 들고 지나갔다. 물통은 생각보다 무거워 보였다. 그런데 그녀의 걸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그녀는 병실 하나에 들어갔다. 잠시 후,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참으세요."

 

그 말은 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또렷하게 들렸다. 얼마나 단순한 말인가. 그런데 그 단순한 말이 지금 누군가를 버티게 하고 있었다. 아침에 남자가 영수에게 했던 말들도 그랬다. 복잡하지 않았다. 길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말들이 영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크고 화려한 말이 아니라, 조용하고 정확한 말에.

 

복도 중간에 낡은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영수는 그 의자에 앉았다. 앉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주머니 속 동전이 다시 느껴졌다. 아직 그대로 있었다. 손을 넣어 동전을 만졌다. 차가운 감촉. 하지만 이제 그 감촉은 아까와 달랐다. 아까는 그 동전이 문을 열 수 있을지 없을지의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병원에서는, 그 동전이 없어도 문이 열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복도를 둘러보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많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병실마다 놓인 물그릇의 위치. 간호사가 약을 나르는 경로. 보호자들이 기다리는 자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

 

영수는 자신이 이것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왜 기억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냥 눈에 들어왔고, 그냥 남아 있었다.

 

복도 끝에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하얀 가운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 걸음은 여전히 일정했다. 영수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이 병원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 사람 혼자가 아니라, 이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방식의 중심에, 무언가가 있었다. 돈이 아니라. 규칙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남자가 가까이 왔다.

 

"여기 있었구나."

 

영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남자는 영수를 잠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무서웠니?"

 

영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남자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잘 보고 있구나."

 

영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뭐를요?"

 

남자는 복도를 가리켰다.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정말 보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말이 오가는지, 어떤 손길이 이어지는지.

 

남자는 말을 이었다.

 

"병원은 아픈 사람만 있는 곳이 아니다."

 

영수는 그 말을 가만히 들었다. 복도에서 본 것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지나갔다. 손을 잡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울음이 멈출 때까지 옆에 있던 간호사. 물통을 들고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걷던 사람. 창백한 얼굴 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보호자.

 

남자는 계속 말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게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그 말은 조용했지만 깊었다. 영수는 그 말을 마음속에서 천천히 되새겼다. 복도에서 보았던 것들이, 그 말의 예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고, 설명해 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보았고, 느꼈고, 마음에 남았다.

 

남자는 다시 말했다.

 

"어머니 곁에 가 있어라."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병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의 숨이 조금 더 고르게 들렸다. 그는 조용히 다가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곳은 병원이라는 곳이지만, 자신이 알던 병원이 아니라고. 아픈 이유를 묻기 전에, 아프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이는 곳이라고. 돈을 확인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들이는 곳이라고.

 

그리고 한 가지가 더 남았다. 자신은 오늘 이곳에 도움을 받으러 왔다. 받는 쪽이었다. 그런데 복도를 걸으며 내내 생각했던 것은 주는 쪽이었다. 간호사가, 의사가, 보호자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았다.

 

그 시선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을, 영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5.11 09:58 수정 2026.05.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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