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금에서 상환 가능한 금융으로의 전환
유럽의 창조 경제 분야에서 보조금 중심의 지원 구조가 상환 가능한 금융(repayable finance)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이 흐름은 영향 투자자(impact investor)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으며, 영국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펀드 조성과 대출 실행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네스타(Nesta)에서 분사한 비영리 단체 피규러티브(Figurative)의 샌더슨은 이 전환을 두고 "대규모 사고방식의 변화"라고 표현했다. 유럽 창조 경제는 유럽 GDP의 5.3%를 차지하고 87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부문이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5년 예술 및 금융 보고서는 "창조 기술의 하이브리드적인 문화적 및 상업적 가치는 아직 전통적인 벤처 캐피탈(VC)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서비스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영향 투자자들에게 독특한 기회를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VC들이 수익성 예측이 어렵다는 이유로 창조 경제를 기피해 온 사이, 사회적 가치와 재정적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영향 투자자들이 이 틈새를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에서 이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피규러티브다.
피규러티브는 영국 혁신 기관 네스타에서 분사한 비영리 단체로, 1,600만 파운드(약 2,200만 달러) 규모의 예술 및 문화 영향 기금(Arts and Culture Impact Fund)을 운영하며 문화 기관에 저렴하고 유연한 조건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금에는 네스타 외에 에스메 페어베언 재단(Esmée Fairbairn Foundation)과 베터 소사이어티 캐피탈(Better Society Capital)이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다.
피규러티브는 나아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여 영국 문화 기관들이 건물 탈탄소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대 5,000만 파운드(약 6,800만 달러) 규모의 새로운 기금도 조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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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창조 경제가 단순히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지속 가능한 자금 조달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환 가능한 금융 모델은 투자자에게 원금 회수 가능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문화 기관에는 보조금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준다. 그러나 이 전환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상환 의무가 생기는 만큼 문화 기관들은 더 엄격한 재무 관리와 수익성 입증을 요구받는다. 금융 전문가들은 "창조 경제는 그 자체로 불안정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자금 모델의 성공 여부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보조금 제도의 안정성과 상환 가능한 금융의 유연성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가 이 모델의 핵심 과제다. 유럽의 사례는 한국의 문화 예술 생태계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의 문화 예술 스타트업과 관련 기관들은 유럽의 영향 투자 모델을 참고해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미 강력한 콘텐츠 제작 역량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갖추고 있어, 상환 가능한 금융 모델을 접목할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분야별 전문가들은 "국내의 창조 경제 산업도 다양하고 새로운 금융 조달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조금 의존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자립적인 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한국 문화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견고한 위치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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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러티브가 영국에서 실증하고 있는 대출 기반 문화 지원 모델은 한국 정책 입안자들과 문화 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선례다. 상환 가능한 금융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활용해 창조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적 자립성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적 전환이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시점이다.
FAQ Q. 상환 가능한 금융 모델이 한국의 창조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A. 상환 가능한 금융 모델은 보조금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대규모 자금을 문화 예술 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준다. 영국 피규러티브의 사례처럼, 저금리 대출 조건을 설계하면 기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
한국의 문화 예술 스타트업이 이 모델을 도입하려면 수익 창출 경로를 사전에 명확히 설계하고, 보조금과의 혼합 구조를 단계적으로 구성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해법 찾기
Q. 영향 투자의 국내 도입 가능성은 어느 수준인가?
A. 한국에서는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를 중심으로 영향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 기관이 민간 자본과 협력하는 구조를 설계한다면, 유럽형 영향 펀드를 국내에 적용하는 시도가 가능하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목표를 동시에 측정하는 성과 지표 체계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선행 과제다. Q.
보조금과 상환 가능한 금융의 주요 차이점은 무엇인가? A.
보조금은 반환 의무 없이 지원되는 자금으로, 초기 단계 프로젝트나 수익화가 어려운 순수 예술 활동에 적합하다. 반면 상환 가능한 금융은 대출 형태로 제공되며, 일정 기간 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수혜 기관은 사업의 경제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재무 역량을 강화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