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법학박사는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이자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이다.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서울특별시 공익감사위원, 서울특별시 강남구 결산검사위원 등을 지냈으며, 국회의정연수원과 지방자치인재개발원 등에서 지방의회 의정활동, 예산·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조례입법, 주민참여제도, 인공지능 활용 의정혁신 등을 강의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의 정치적 의미와 함께, 유권자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지방자치의 본질적 기준을 짚어 보고자 한다.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26년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등을 선출하는 전국 단위 선거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까지 함께 치러지면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미니 총선’의 성격까지 갖게 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2026년 4월 30일까지 당선무효나 사직 등으로 실시 사유가 확정된 선거구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도 정치적 의미가 크다. 여당은 안정적 국정 운영과 지방권력의 협력을 강조할 것이고, 야당은 권력 견제와 정치적 균형 회복을 내세울 것이다. 실제로 주요 언론도 이번 선거를 정권 안정론과 견제론이 충돌하는 전국 단위 정치전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선거의 본질은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권력을 선택하는 데 있다. 도로, 교통, 복지, 교육, 돌봄, 안전, 지역경제, 도시재생, 청년정책, 노인복지, 문화정책, 기후위기 대응 등 주민의 일상과 직결된 정책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 바로 지방선거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정당 구도만이 아니라 후보자의 능력, 정책의 실현 가능성,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운영 방향까지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이번 선거는 ‘정권 안정이냐, 권력 견제냐’라는 프레임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국정과 지역발전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 야당은 특정 정파가 중앙정부와 지방권력까지 장악할 경우 견제와 균형이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할 것이다. 양쪽 주장 모두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안정 없는 행정은 추진력을 잃고, 견제 없는 권력은 오만해질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주장이 더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어느 후보와 어느 정당이 지역 주민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가에 있다.
둘째, 지역 구도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 정치에서 지역 구도는 오랫동안 선거 결과를 좌우해 온 중요한 변수였다. 특정 지역은 특정 정당의 지지 기반으로, 다른 지역은 또 다른 정당의 우세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적 지지 구도가 흔들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수도권 일부 지역, 충청권 등에서는 후보 경쟁력, 중앙정치 평가, 세대 변화, 지역경제 상황, 인물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유권자가 더 이상 관성적으로 투표하지 않고, 지역의 미래와 후보자의 역량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면 그것 자체가 지방자치의 성숙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셋째,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영향도 작지 않다. 이번 6·3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14곳으로 확정되었다. 경향신문은 이번 재보선을 ‘미니 총선급’으로 평가하면서, 국회의 힘의 균형과 주요 정치인의 향후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재보궐선거 결과는 단순히 몇 석의 의석 변동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운영, 입법 주도권, 정당 내부 리더십, 차기 정치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유력 정치인들이 재보선에 출마하는 지역은 전국적 관심을 받으며 지방선거 전체의 흐름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넷째, 후보 단일화와 연대의 문제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다자 구도가 형성된 지역에서는 표의 분산이 선거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 막판이 되면 후보 단일화, 정당 간 연대, 무소속 후보와 정당 후보 간 협상 등이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그러나 단일화는 단순한 산술 계산이 아니다. A 후보의 지지율과 B 후보의 지지율을 더한다고 해서 곧바로 단일 후보의 득표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는 계산의 대상이 아니라 설득의 주체이다. 명분 없는 단일화는 오히려 반감을 부를 수 있고, 원칙 없는 연대는 선거 이후 책임정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단일화가 이루어지더라도 그것은 정책적 공감대, 지역발전 비전, 유권자에 대한 설명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다섯째, 후보자의 도덕성과 공직 수행 능력을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는 정당 지지도 못지않게 후보자의 생활정치 능력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수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지방의원은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집행부를 견제한다. 교육감은 지역 교육의 방향을 좌우한다. 그만큼 후보자의 공직관, 행정 이해도, 예산 감각, 법제 역량, 갈등 조정 능력, 청렴성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 후보는 중앙정치의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재정 상태를 알고 있는지, 주요 현안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는지, 집행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여섯째, 공약의 ‘좋은 말’보다 ‘실현 구조’를 보아야 한다. 선거 때가 되면 모든 후보가 지역경제 활성화, 복지 확대, 교통 개선, 청년 지원, 어르신 돌봄, 교육 환경 개선을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실행의 가능성이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법적 근거는 있는가. 기존 사업과 중복되지는 않는가.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가. 조례 제정이 필요한가. 장기 재정 부담은 없는가. 성과지표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공약은 선거용 약속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는 공약의 크기보다 구조를 보아야 한다.
일곱째, 지방의회의 역할도 함께 보아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단체장 선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또 다른 축이다. 지방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단체장의 권한은 견제받지 못하고, 예산은 관행적으로 통과되며, 행정사무감사는 형식화될 수 있다. 좋은 지방의원은 지역 민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례를 통해 제도를 만들고, 예산 심사를 통해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결산과 감사로 행정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사람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후보의 전문성, 성실성, 정책 이해도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여덟째, 막판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시민적 판단이 필요하다. 선거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하기 어렵다. 공천 갈등, 후보 개인의 의혹, 여론조사 변화, 정치적 돌발 사건, 단일화 논의, 네거티브 공방 등은 언제든지 판세를 흔들 수 있다. 특히 정치적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는 작은 사건 하나가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판단은 순간적 감정이나 자극적 구호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거 막판일수록 차분하게 후보자의 이력, 공약, 재정계획, 도덕성, 지역 이해도, 정당의 책임성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평가 성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승패로만 해석하면, 정작 주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는 뒤로 밀려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이다. 주민이 매일 이용하는 도로와 버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어르신이 의지하는 복지시설, 청년이 일자리를 찾는 지역경제, 소상공인이 버티는 골목상권,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 문화와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생활환경이 모두 지방정치의 영역이다.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이 후보는 우리 지역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이 공약은 예산과 제도 안에서 실현 가능한가. 이 정당은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의 도구로만 보지 않는가. 이 후보는 당선 이후에도 주민 앞에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지방의원 후보는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전문성과 용기를 갖추고 있는가. 이 단체장 후보는 화려한 구호보다 행정의 기본을 알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투표일 하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투표일 하루의 선택이 앞으로 4년의 지방정치를 결정한다. 선거는 후보에게 권한을 주는 절차이지만, 동시에 유권자가 책임을 묻는 출발점이다.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선 이후에도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예산과 정책을 감시하며, 지방의회의 활동을 살피는 시민적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한 달 남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후보에게는 자신을 증명할 시간이고, 유권자에게는 지역의 미래를 판단할 시간이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정파적 대결을 넘어 지역의 삶을 바꾸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방선거의 주인은 정당도, 후보도 아니다. 최종적인 주인은 주민이다. 이번 선거에서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깊은 안목이다. 유권자의 성숙한 판단이야말로 지방자치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