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이 아니라 시스템이 무너졌다
대학 캠퍼스가 시위 현장으로 바뀌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순히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국가가 약속한 학자금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생활비조차 없는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대학가 시위가 바로 그런 맥락 위에 있었다.
국가 학생 재정 지원 제도(NSFAS, National Student Financial Aid Scheme)의 기능 부전이 학생들을 교문 밖으로 내몬 것이다. 영국 고등교육 전문지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Times Higher Education)은 이 사태를 분석하며, 구조적 재정 개혁 없이는 시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명확히 경고했다. 필자가 이 사안에 주목하는 이유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야기가 머나먼 타국의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등록금 동결 논쟁, 국가장학금 수혜 기준에 대한 불만,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한국 사회도 수년째 같은 언어로 같은 갈등을 되풀이해왔다. 교육 재정을 둘러싼 시스템 실패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남아공의 사례는 구체적이고 냉정한 교훈을 제공한다. NSFAS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해온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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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의도만 보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장치였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 이 제도는 심각한 균열을 드러냈다.
자금 부족이 만성화되면서 지원금 지급이 지연되었고, 행정 처리 과정의 불투명성은 학생들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지원 대상 선정 기준 역시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쌓였다.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등록금을 내지 못해 수강 신청 자체가 막히거나 생활비를 지원받지 못해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발생했다.
이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실패가 빚어낸 구조적 결과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학생들이 요구한 것은 단순한 지원금 인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고등 교육 재정 시스템을 요구했다. 투명한 선정 기준, 예측 가능한 지급 일정, 그리고 장기적인 대학 교육 접근성 보장이 핵심 의제였다. 시위대는 정부가 제시한 임시방편적 해결책을 거부하며, 구조적 개혁 없이는 캠퍼스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 역시 교육 재정 개혁에 실패할 경우 사회적 불안정과 고등 교육 시스템의 위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 시스템의 실패가 사회 전반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이 사태를 단순한 학생 불만으로 축소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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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한국의 현실과 겹쳐진다. 한국의 국가장학금 제도는 소득 분위에 따라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제도 자체는 존재하지만, 경계선에 걸친 학생들—이른바 소득 8분위 경계에 위치해 실질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충분한 지원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부채 상환에 허덕이는 구조는 청년 세대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었다.
남아공 학생들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외친 것처럼, 한국의 청년들도 임기응변식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재설계를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
임시방편은 왜 반복되는가
반론도 있다. 일부 논자들은 대학 재정 문제를 정부의 전면 책임으로 귀속시키는 것이 대학 자체의 재정 효율화 노력을 면제해주는 논리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 스스로 행정 비용을 줄이고,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노력 없이 국가 지원만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책임 전가라는 시각이다. 이 비판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이 논리는 전제를 잘못 설정한다. 저소득층 학생의 교육 접근성 보장은 대학 경영 효율화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사회적 책무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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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시위대가 문제 삼은 것은 대학의 방만 경영이 아니라 국가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지원 제도 자체의 결함이었다. 개별 대학의 효율화와 국가 재정 지원 시스템의 구조적 개혁은 동시에 추구해야 할 과제이지, 어느 하나로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 없다. 결국 이 문제는 교육을 어떤 가치로 바라보느냐는 근본 질문으로 수렴된다.
교육을 개인이 투자해 개인이 회수하는 상품으로 보면, 등록금 지원 논쟁은 수익자 부담 원칙의 문제가 된다. 반면 교육을 사회적 이동성과 불평등 완화를 위한 공공재로 보면, 국가의 재정 개입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다. 남아공의 시위는 후자의 시각에서 국가에 계약 이행을 촉구한 것이었다.
필자는 이 시각이 옳다고 판단한다. 고등 교육 접근성의 불평등은 그 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고, 그 결과가 다음 세대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남아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재정 개혁을 미루는 것은 현재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국가가 설계한 지원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경계선에 선 학생들을 제도가 어떻게 다루는지 지금 당장 답해야 한다. Q.
남아프리카공화국 NSFAS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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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SFAS(National Student Financial Aid Scheme)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국가 학자금 지원 제도다.
자금 부족과 행정 처리 지연, 불투명한 선정 기준 등의 운영 문제로 인해 지원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대규모 학생 시위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재정 개혁 없는 교육 평등은 구호에 불과하다
Q. 남아공 대학 시위가 한국 교육 현실과 어떤 관련이 있나.
A. 한국 역시 국가장학금 수혜 기준의 형평성 문제,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 임시방편식 정책 반복이라는 유사한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남아공 사례는 교육 재정 지원 시스템의 설계 결함을 방치할 경우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준거로 삼을 수 있다.
Q. 교육 재정 개혁 없이 학생 시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A.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의 분석과 현지 전문가들의 경고에 따르면, 구조적 재정 개혁 없이 임시방편적 조치만으로는 시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투명한 지원 기준, 안정적 재원 확보, 장기적 교육 접근성 보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