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 연구진이 이탈리아 토리노의 수의에서 채취한 먼지와 섬유를 분석하여 예상치 못한 다양한 식물의 DNA를 발견했다. 참고로, 토리노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예수의 수의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의는 예수의 시신을 감쌌던 천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토리노 대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수의에는 당근과 밀뿐만 아니라 토마토, 옥수수처럼 1492년 이후 서구에 알려진 신대륙 작물의 흔적도 포함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유전적 정보는 유물이 수 세기에 걸쳐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외부 물질에 노출되었음을 시사한다. 비록 이번 유전자 분석만으로는 수의의 정확한 제작 시기를 확정할 수 없지만, 유물의 보존 이력과 인류의 생태적 교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 소식은 신앙과 과학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논쟁의 중심이 되어온 예수의 십자가 죽음 이후 장례를 위해 둘러싼 헝겊 포에 관한 새로운 과학적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학이 신앙의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무엇을 듣는가.
'토리노의 수의(Shroud of Turin)'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것이 단순한 유물 논쟁이 아니라는 직감을 품었다. 길이 4.4미터, 폭 1.1미터의 아마포 한 장이 수 세기 동안 인류의 경외와 의심을 동시에 붙잡아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위대한 서사다. 이 천 위에는 손과 발, 옆구리, 이마에 상처를 입은 한 인간의 형상이 음각처럼 새겨져 있다. 기독교 신앙의 세계에서 이 형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숨결을 담아낸 거룩한 흔적으로 읽힌다. 그러나 2025년의 과학은 이 유물을 향해 전혀 다른 언어로 말을 건넨다. 그 언어의 이름은 '메타게놈 분석'이다.
국제 공동 연구팀이 수의의 먼지와 섬유에서 추출한 미세 DNA 조각들을 해독했을 때, 연구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와 마주했다. 가장 압도적인 신호를 보낸 존재는 거룩한 향유도, 고대의 식물도 아니었다. 바로 '당근'이었다. 전체 식물 서열의 30.9%를 차지하며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한 이 채소는, 수천 년의 신학 논쟁 한가운데 돌연 뛰어든 일상의 증언자였다. 빵 밀이 11.6%로 그 뒤를 따랐다. 누군가 채소를 다듬던 손으로 수의를 만졌을 찰나의 접촉, 혹은 순례자들이 수의 앞에서 나눴을 소박한 식사의 향기가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 유전적 지문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유물이란 진공 속에 박제된 신성이 아니라, 인간의 손길과 체취를 흡수하며 역사와 함께 숨 쉬어온 존재임을 수의는 조용히 증언한다.
더욱 극적인 대목은 그다음에 등장한다. 연구팀은 수의의 유전자 지도 안에서 1492년 이전 유럽에는 존재할 수 없었던 식물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토마토, 감자, 옥수수, 땅콩. 이것들은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기 전까지 유럽 대륙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신대륙의 작물들이다. 단 한 가닥의 토마토 DNA가 품은 의미는 명확하다. 이 수의는 적어도 15세기 이후, 대기에 노출된 채 현대 인류의 삶과 접촉했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역사의 교차로마다 이 유물은 새로운 대륙의 냄새를 흡수하며 자신의 '생물학적 여행 일지'를 조용히 써 내려갔다.
그러나 과학은 '언제'라는 질문 앞에서 여전히 겸손하다. 1988년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은 수의를 1260년에서 1390년 사이의 중세 유물로 지목했다. 하지만 2024년 이탈리아 결정학 연구소가 수행한 X선 산란(WAXS) 분석은 수의가 약 2,000년 전의 것일 가능성을 시사하며 전통적 믿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 이번 메타게놈 연구는 이 연대 논쟁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수의가 수 세기에 걸쳐 거쳐온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 상호작용의 총체적 흔적을 규명하는 데 집중한다. 과학의 역할은 신앙을 논증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이 유물과 맺어온 관계의 지층을 정밀하게 읽어내는 것임을 연구팀은 분명히 한다.
수의에서 발견된 유전자 목록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물학적 박물관'의 전시 목록처럼 펼쳐진다. 바나나, 아몬드, 호두, 오렌지, 무화과, 피스타치오, 포도, 사과, 배. 들판의 기록으로는 호밀풀, 블루그래스, 페스큐, 귀리, 클로버가 이름을 올렸다. 이 목록은 단순한 오염의 기록이 아니다. 수의가 지나쳐온 땅들, 순례자들이 건넨 손길들, 보존자들이 숨 쉬던 공기들이 층층이 쌓인 '생태적 연대기'다. 유물은 고요히 있었으나, 세상은 끊임없이 그것을 지나쳤고, 그 교차의 흔적이 유전자라는 가장 정직한 언어로 기록된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이 유물과 마주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왔다. 신앙은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자신이 믿는 것이 진실임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토리노의 수의를 바라보는 그 이중적 시선 속에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당근 한 조각의 DNA가 수의 위에 남겨졌다는 사실이 주는 역설적인 감동은, 오히려 이 유물이 초월적 공간이 아닌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 존재해 왔다는 점에 있다.
누군가의 평범한 손길, 그 손길이 닿은 천, 그리고 그 천 위에 새겨진 한 인간의 수난 형상. 나는 그 교차점 앞에 서면, 과학의 언어와 신앙의 언어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질문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낀다. 미스터리는 풀릴수록 더 깊어지고, 신앙은 의심을 품을수록 더 단단해진다. 수의는 아직 말하고 있다. 우리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되묻는 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