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집트 나일강 델타 지역의 텔 파라오 유적지에서 람세스 2세로 추정되는 거대한 석상이 발견되었다. 이 유물은 무게가 약 6톤에 달하며 길이는 2.1미터가 넘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단부와 기단은 소실된 상태이다. 고고학자들은 이 석상이 고대 도시에서 옮겨져 재사용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해당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특히 이 왕은 성경 속 출애굽기의 인물로 여겨지기도 하여, 이번 발견은 종교적 및 학술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현재 이 석상은 추가적인 복원 작업과 정밀 조사를 위해 안전한 저장 시설로 옮겨진 상태이다. 이처럼 이집트에서는 최근 다양한 고대 유물이 잇따라 발굴되며 인류 역사의 신비를 밝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진흙 속에서 깨어난 신, 3천 년의 침묵을 깨다
나일강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강이 적셔온 델타의 땅은 이따금 스스로 입을 열어 인류에게 말을 건넨다. 2025년 4월 22일, 이집트 관광유물부가 조용히 발표한 한 줄의 성명은 전 세계 역사학자들과 성경 연구자들의 심장을 멎게 했다. 카이로에서 북동쪽으로 향하는 ‘샤르키아’ 주의 붉은 흙 속에서, 무게만 5~6톤에 달하는 거대한 석상이 3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발굴지는 ‘후세이니야’ 센터 안에 자리한 '텔 파라오' 유적지다. 이 땅의 고대 명칭은 '이메트'로, 한때 신전과 왕실의 기운이 넘실대던 종교 중심지였다. 길이 약 2.1미터 이상의 이 석상은 하단부 다리와 기단이 유실된 상태로 발견되었지만, 그 손상은 역설적으로 이 유물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더욱 웅변한다. 훼손된 돌 너머에 새겨진 비문과 조각 양식은 고고학자들에게 망설임 없이 한 이름을 가리켰다. 람세스 2세. 고대 이집트 신왕국 제19왕조의 절대 군주이자, 기원전 1303년에 태어나 기원전 1213년 세상을 떠난, 역사상 가장 오래, 가장 강하게 군림했던 파라오다.
그런데 이 발견이 단순한 고고학적 성과를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람세스 2세는 이집트 역사서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구약 성경 출애굽기의 핵심 무대에 서 있는 인물로 학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어 온 파라오다. 성경 본문은 파라오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이 강제 노역으로 건설한 도시 '라암셋'이 람세스 2세의 수도 '피-람세스'와 일치한다는 고고학적 정황은 이 가설을 끊임없이 지지해 왔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연결고리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으며, 이번 발굴은 그 논쟁에 새로운 불씨를 던진다.
성경이 묘사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지팡이를 든 한 노인(모세)이 거대한 왕좌 앞에 선다. 그리고 말한다. "내 백성을 보내라." 그 왕좌에 앉아 그 요구를 거절했던 절대 권력자의 석상이, 지금 나일 델타의 붉은 진흙 속에서 다리도 없이, 그러나 여전히 위엄을 잃지 않은 채 발굴된 것이다. 역사와 신앙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이 석상의 이야기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층위가 있다. 이집트 유물 전문가 모하메드 압델 바디의 분석에 따르면, 이 거상은 본래 람세스 2세의 영광스러운 수도 피-람세스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러나 고대 후기, 정치적·종교적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석상은 현재의 텔 파라오 지역으로 옮겨져 다른 종교 단지 안에서 '재사용'되었다. 고대인들은 이 육중한 돌덩어리를 단순한 폐기물로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파라오의 신격화된 이미지가 지닌 권위와 상징성을 다른 공간에 이식함으로써, 새로운 중심지에 정통성을 부여하려 했다. 돌 하나를 옮기는 행위 안에 당대의 정치학과 종교학이 압축된 셈이다.
이 '전략적 재활용'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아도 놀랍도록 세련된 권력 운용 방식이다. 수도는 바뀌어도 파라오의 신성은 이어진다는 메시지, 그것이 이 거상의 이동 경로 안에 새겨진 또 다른 역사다. 나일 델타가 품어온 역동적인 문명의 층위는 이처럼 단 하나의 석상 안에서도 읽힌다.
한편, 이번 발견은 홀로 서 있는 사건이 아니다. 이집트는 지금 그야말로 제2의 고고학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25년 3월 말에는 3천 년 전의 기록이 담긴 8개의 희귀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빛을 보았고, 북부 시나이 지역에서는 구약 성경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종교 유적지가 잇달아 발굴되며 성서 고고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이 발견들은 각각 독립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방향은 하나를 가리킨다. 문자로 기록된 역사와 땅속에 묻힌 유물이 서로를 증명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람세스 2세의 거상은 현재 산 엘 하가르(San El-Hagar) 박물관 보관소로 이송되어 현대 고고학의 최첨단 기술로 복원과 보존 처리가 진행 중이다. 다리를 잃은 파라오는 이제 과학의 손에 맡겨져 3천 년 전의 위엄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 돌 앞에서, 나는 오래 머문다. 기자로서,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성경을 삶의 좌표로 삼아온 한 신앙인으로서. 출애굽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파라오를 권력의 화신으로, 혹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쓰임 받은 한 도구로 이해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 파라오의 얼굴이 진흙 속에서 실제로 올라온다. 허구가 아니라 돌로, 무게로, 질감으로. 성경의 이야기가 신화의 영역에서 역사의 땅으로 내려앉는 그 순간, 신앙은 더 깊어지고 역사는 더 거룩해진다. 모세가 섰던 그 땅, 이스라엘 백성이 흘렸을 땀과 눈물이 밴 그 흙 위에서 발굴된 이 거상은 내게 단순한 고고학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3천 년을 건너온 하나님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내가 그 역사 안에 있었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