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서울 안 가도 된다?” 정부가 찍은 10대 창업도시, 지방 창업의 판이 바뀐다
대전,대구,광주,울산부터 시작되는 국가창업 프로젝트, 창업의 시대는 ‘서울 집중’에서 ‘지역 거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전국에 지역거점 창업도시 10곳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던 창업 생태계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창업이 단순히 ‘시작’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정착’까지 이어지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4월 24일 국가 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동안 창업은 사실상 서울의 언어였다. 투자는 강남과 판교로 몰렸고, 네트워크는 수도권에 쌓였고, 인재는 서울로 향했다. 지방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은 곧 정보, 투자, 인력, 시장 접근성에서 불리한 출발선을 감수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창업도시 프로젝트는 이 흐름을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핵심은 단순하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창업하고,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먼저 선택된 곳은 대전, 대구, 광주, 울산
정부는 우선 4대 과학기술원 소재 지역인 대전, 대구, 광주, 울산을 창업도시로 선정해 선도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대전은 KAIST, 대구는 DGIST,, 광주는 GIST, 울산은 UNIST를 중심으로 기술 인재와 연구 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이후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해 6개 도시를 추가로 선정해 총 10곳의 창업도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정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지방에 돈을 뿌리겠다”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말하는 창업도시는 지역 대학과 연구소의 혁신인재, 공공기관의 데이터와 실증 인프라, 정부의 사업화 R&D와 투자 지원을 묶어 창업이 활발히 일어나는 도시를 뜻한다. 즉, 지역에 건물 하나 세우고 간판을 다는 사업이 아니라, 인재, 기술, 자금, 규제특례, 실증 인프라를 한 도시 안에서 연결하는 창업 생태계 사업에 가깝다.
지방 창업의 진짜 문제는 ‘아이디어 부족’이 아니었다. 지방에 창업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커지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는 점이다. 투자를 받으려면 서울로 가야 했다. 좋은 개발자와 기획자를 구하려면 수도권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정부사업 정보도 빠르게 도는 곳은 대체로 서울이었다. 결국 지방 창업자는 같은 아이디어를 갖고도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했다.
중기부 역시 현재 우리나라 창업생태계는 국가 단위와 서울은 글로벌 상위권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지역 도시들의 창업생태계 순위가 300위권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창업은 아이디어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태계 싸움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주변에 투자자, 멘토, 연구기관, 실증시장, 판로가 없다면 사업은 쉽게 고립된다. 이번 10대 창업도시 프로젝트는 그 고립을 끊겠다는 시도다.

2030년까지 글로벌 100위권 창업도시 5곳이 목표
정부의 목표는 꽤 공격적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창업생태계 100위권에 드는 창업도시 5곳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업기업 전용 R&D와 팁스(TIPS) 지원을 확대하고, 신기술 분야에는 규제자유특구를 활용해 성장의 걸림돌이 줄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지역 이전기업에 대해서는 기업 부담금을 감면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자금도 붙는다. 정부는 올해 4500억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 모펀드 조성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2조 원 규모로 조성해 창업기업 투자를 뒷받침한다는 내용도 함께 제시됐다. 결국 정부가 보는 방향은 명확하다. 지역에 창업자를 만들고, 그 창업자가 지역을 떠나지 않고, 그 지역 안에서 투자와 고용과 성장을 만들어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창업도시는 청년 일자리 정책이기도 하다. 이번 정책을 단순한 스타트업 지원책으로만 보면 반쪽자리 해석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청년 지역 정착 정책이기도 하다. 지방 청년들이 서울로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서울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기회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 좋은 네트워크, 좋은 투자자, 좋은 정보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청년들은 이동한다.
그런데 지역에 기술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학에서 연구한 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지고, 지역 기업이 실증 파트너가 되고, 지방정부가 특화산업을 밀어주고, 투자펀드가 붙는다면 지역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기회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창업도시가 성공한다면 지방은 더 이상 “서울에 가기 전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사업을 시작하고 키울 수 있는 본거지”가 된다.
다만 창업도시가 성공하려면 ‘간판 사업’으로 끝나면 안 된다
문제는 실행이다. 지역 창업정책은 과거에도 많았다. 창업센터, 창업공간, 지원사업, 청년몰, 로컬크리에이터 사업 등 다양한 이름의 정책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분명하다. 공간은 만들었지만 사람이 모이지 않았고, 지원금은 있었지만 시장이 없었고, 교육은 많았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약했다.
창업도시가 진짜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 대학의 기술이 실제 사업화로 이어져야 한다. 논문과 특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서비스, 매출로 연결돼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판로와 실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발표회보다 고객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 투자 생태계가 살아야 한다. 창업자는 지원금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결국 민간 자본이 들어와야 한다.
넷째, 청년들이 지역에 남을 만한 생활 인프라가 필요하다. 창업도시는 사무실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주거, 문화, 교통, 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창업의 시대는 서울에서만 오지 않는다
이번 10대 창업도시 프로젝트는 한국 창업 생태계의 방향을 보여준다. 앞으로 창업은 더 이상 강남, 성수, 판교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대전의 연구실, 광주의 AI산업, 울산의 제조,에너지 기반, 대구의 딥테크 인프라에서도 새로운 기업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정책 하나로 지역 창업 생태계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정부가 이제 창업을 단순한 개인의 도전이 아니라 지역 성장 전략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창업은 일자리를 만든다. 창업은 도시를 바꾼다. 그리고 창업은 한 지역의 미래 이미지를 바꾼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정말 서울에 가지 않아도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그 답은 앞으로 조성될 10대 창업도시가 증명해야 한다. 창업의 시대는 어쩌면 이제부터 진짜 지역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