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모지지자 사회적 연결망( 특정 후보를 겨냥하며 쓴 것이 아니라 어느 지지자인지 밝히지 않았음)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사회적 연결망에 후보자를 홍보하는 글이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정책 관련 글이나 후보자 인성에 관해 칭찬하는 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성에 따라 실제 그 정책을 잘 실현할지 아닐지가 판가름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어른이면 당연한 것을 칭찬하는 글을 볼 때면 저걸 굳이 올려야 하는지 묻고 싶다. 식당 가서 밥을 먹었다든지 옷을 잘 입었다든지 등 공약을 시행할 능력이나 인성과 그렇게 관련 없는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청준 소설 ‘신화의 시대’에 보면 오빠를 위해 어린 여동생이 세숫물을 떠다 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청준 작가는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당시의 시대를 잘 담은 이야기를 해왔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저 장면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익숙한 장면을 묘사한 것뿐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저 장면이 참 한국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제강점기부터라 추정되는 장남 중심주의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 상황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남자아이가 집안에 나오면, 그 아이는 공부만 하면 된다. 세숫물이든 뭐든 나머지는 부모나 여자 형제가 해 주는 것이고 그 남자아이는 공부만 하면 된다. 밥 한번 해 보기는커녕 차려본 적도 없고, 빨래는커녕 자기 스스로 옷을 골라본 적도 없고, 방 청소 한번 해 보지 않고 나이를 먹는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도 집안 남자들은 다 차려진 밥상에 앉지만, 집안 여성들은 밥상을 차리느라고 분주하고 마지막으로 상에 앉는다. 상에 앉는 순간에도 일부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는 물을 가져다 달라니 앉아서 여러 가지를 요구한다. 초등학생 나이의 어린 여자아이라도 수저를 놓고 반찬을 나르는 잔심부름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해 외할머니에게 물으면 온 친척이 난리를 치기도 했다.
현대로 내려오면서 이런 분위기는 많이 사라지고, 아이도 하나밖에 안 낳는 사회가 되면서 차별은 없어졌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부모도 여전히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미국 학교에서 연수할 때,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을 대하는 것이 확연히 달랐다. 1학년은 아이처럼 대하고, 운동화 끈도 묶어 주고 자잘한 보살핌이 많았다. 하지만 2학년이 되면 ‘스스로 잘해요’ 분위기가 당연해진다.
미국 코미디언 루이스가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이야기한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자기 딸이 1학년이지만, 작은 책임감으로 교실에 들어가면 숙제라든지 자신의 짐을 지정된 장소에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반에 어떤 아이는 그냥 물건을 아무 곳에나 놔두고 어머니가 아이 이름을 부르며 하나하나 주워주고 정리한다. 그것을 루이스는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자기 물건을 정리하고 챙기는 작은 책임감으로 자신이 할 일을 하나씩 늘려간다. 그게 미국이나 선진국의 생각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의식주를 자신의 힘으로 책임질 수 있는 상태이다.
가끔 자녀들이 빨랫감을 아무 곳에나 둔다거나 빨기 어려운 흰색 양말만 신는다고 불평하는 어머니들을 본다. 초등학교 입학 전 정도의 아기들이야 빨랫감을 바구니에 색깔별로 또는 종류별로 구별해서 넣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된 설명을 통한 습관을 들이면 어느 나이 이상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살 30살이 되어서도 계속 부모가 빨래를 해 준다면 그 아이는 독립된 것이라 볼 수 있을 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아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 못 하는 사람을 어른이라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 정리하고 아침을 챙겨 먹고 깨끗이 손질한 옷을 입고 일하러 가는 정도는 해야 어른이 아닐지 싶다. 남과 같이 밥 먹는 자리에서 수저 놓거나 물 담아주는 거 뭐 그리 대단한가 싶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너무 적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 정도도 못 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에 그게 신기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적 연결망에 그런 일을 자랑삼아 글을 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남의 나라 대통령이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먹는 게 신기하고, 선거철만 되면 시장에서 시식하는 사진 올린다고 바쁜 후보들도 이상하다. 시장에서 음식 먹는 게 서민 행보라는데, 그러면 선거에 나오는 다수의 후보는 시장도 가 본 적이 없는 것인가.
어른의 과정 중 하나가 월급이나 정해진 예산에서 식비를 생각해서 저렴하고 질 좋은 가게를 찾아 장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게 큰 대형마트가 될 수가 있고, 시장에 있는 가게가 될 수 있다. 몇 번의 시행착오나 주변의 지혜로운 이들의 정보로 마음에 드는 가게를 찾고, 먹고 싶은 식재료나 음식을 사서 한 끼를 먹는다. 그리고 가끔은 주변 친구들을 초대해서 자신 있는 요리를 해서 나누어 먹기도 한다. 이게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는 요즘 공약과 인성으로 후보를 판단한다면 성숙한 민주시민일 것이다. 어른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미담처럼 올리는 것과 그래서 그 후보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제대로 그 후보를 일할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