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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3

3. 동전 세 닢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3 

 

 

3. 동전 세 닢

 

문이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영수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턱에 그대로 서 있었다. 발끝이 문지방에 걸려 멈춘 것처럼, 몸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방 안에서는 아침의 소리가 작게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 숟가락을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 물을 따르는 소리, 그리고 낮게 오가는 말소리.

 

따뜻한 소리였다. 영수의 집 아침에는 없는 소리였다.

 

민호는 영수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살폈다.

 

"들어와."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영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잠깐이면 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이 다시 막혔다. 그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흙이 묻은 신발 끝이 보였다. 눈이 녹아 물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달려오는 동안 발이 젖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몰랐다.

 

민호는 문을 조금 더 열어 둔 채, 밖으로 나왔다. 찬 공기가 두 사람 사이로 스며들었다.

 

"무슨 일인데?"

 

영수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수없이 반복했던 말이었다. '엄마가 아파. 병원에 가야 해. 돈이 없어.' 그 세 문장은 분명했고, 간단했다. 그런데 막상 입 밖으로 내려고 하니, 그 문장들이 서로 엉키며 길을 잃어버렸다.

 

그는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우리 엄마가, 많이 아파."

 

그 말이 겨우 나왔다. 민호의 눈이 조금 커졌다.

 

"어제도 아팠잖아."

 

"오늘은, 더 심해."

 

영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병원 가야 될 것 같은데…."

 

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멈췄다. 다음 말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돈. 그 단어를 꺼내는 순간, 둘 사이의 공기가 달라질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친구로서 말을 나누고 있었지만,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자신은 다른 무언가가 될 것 같았다.

 

도움을 구하는 쪽.

 

그 자리가, 두려웠다.

 

영수는 고개를 더 숙였다.

 

"나… 돈 좀…"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손을 앞으로 내밀지 못했다. 대신 손을 주머니 속에서 꼭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민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 침묵이 길게 느껴졌다. 골목 어딘가에서 아이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이름을 부르며 뛰어갔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흘러가고 있었다.

 

그 흐름 속에서, 두 아이만 잠시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영수는 민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볼 수 없었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만약 민호의 얼굴에 난처함이 있다면, 그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친구의 얼굴에서 그 표정을 보는 것은, 돈이 없다는 사실보다 더 오래 남을 것 같았다.

 

민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반쯤 열린 채 남았다. 영수는 그 틈을 바라보았다. 방 안에는 작은 상이 보였다. 김이 조금 남아 있는 국그릇, 반쯤 비워진 밥그릇. 따뜻한 아침의 흔적이었다. 그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영수는 문지방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자신은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들어가도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만약 돈이 충분했다면, 이렇게 서 있지 않아도 되었을까. 그 생각은 짧았지만 깊게 남았다.

 

잠시 후, 민호가 다시 나왔다.

 

손에는 작은 천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민호는 그 주머니를 한 번 쥐었다가, 영수 쪽으로 내밀었다.

 

"이거."

 

영수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말했다.

 

"얼마야?"

 

"나도 잘 몰라. 엄마가 장에 쓰라고 준 건데, 조금 있을 거야."

 

장에 쓰라고 준 돈. 민호네 엄마의 오늘 장바구니 돈이었다. 영수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손을 내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민호는 이미 내밀고 있었다.

 

영수는 손을 내밀었다. 두 손이 잠깐 스쳤다. 그 순간, 손끝이 뜨거워졌다.

 

영수는 주머니를 받아 쥐었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 가벼움이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졌다. 동전 몇 개의 무게. 하지만 그 안에는 민호네 오늘 하루가 담겨 있었다. 아침 국을 끓이기 위해 필요했던 돈. 그것이 지금 영수의 손 안에 있었다.

 

"고마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상하게 목이 더 조여 왔다. 고맙다는 말이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

 

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줘."

 

영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중. 그 말은 멀게 느껴졌다. 지금은 '지금'을 버티는 것도 벅찼다.

 

그는 주머니를 열어 보지 않았다. 열어 보면, 그 안의 액수가 현실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많든 적든, 그 숫자가 오늘의 선택을 결정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그대로 쥔 채 고개를 숙였다.

 

"엄마 많이 아파?"

 

민호가 물었다. 목소리가 조금 낮아져 있었다. 아까와는 다른 목소리였다. 영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응."

 

그 한마디에 많은 것이 담겼다. 민호는 더 묻지 않았다. 두 아이 사이에 다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는 그 침묵이 조금 덜 불편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수는 주머니를 꽉 쥐었다.

 

"나 갈게."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가."

 

영수는 돌아섰다. 골목을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손이 주머니 위에 올라가 있었다. 천주머니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 안에 든 것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하루. 누군가의 식사. 그리고 누군가의 선택. 영수는 그 무게를 느끼며 뛰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까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바람이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중간에 멈춰 서서 주머니를 열었다.

 

동전이 보였다.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몇 개 더.

 

영수는 손으로 동전을 하나 집어 들었다.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손끝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그는 그 동전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걸로 병원에 갈 수 있을까.

 

이걸로 엄마를 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문 앞에서 도로 내쫓기는 걸까.

 

답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 동전 몇 개가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 아주 조금이지만,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그 가능성이 얼마나 작은지는 알 수 없었다. 병원 문을 열기에 충분한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손에 아무것도 없는 것과, 이것이 있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영수는 다시 동전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더 세게 쥐었다. 주머니가 구겨졌다.

 

그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문을 열었을 때, 엄마가 여전히 누워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동시에, 그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았기를 바랐다. 그 두 가지 바람이 서로 부딪히며 가슴 안에서 흔들렸다.

 

문 앞에 도착했다. 숨이 가빴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엄마는 같은 자리에서 누워 있었다. 영수는 그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잠깐 힘이 빠졌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주머니를 꺼냈다. 동전들이 서로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그날, 영수는 처음으로 알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큰 돈이나 큰 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렇게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무언가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작은 것 하나를 내미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를.

 

내일, 그는 병원 문 앞에 서야 했다.

 

그 생각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랄 수도 없었다. 내일이 와야만, 엄마가 나을 수 있을 테니까.

 

영수는 동전이 든 주머니를 품 안에 넣고, 엄마의 곁에 앉았다.

 

엄마의 숨이 이어지고 있었다.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오늘 밤은 충분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4.29 09:19 수정 2026.04.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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