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기계에서 함께 창작하는 인공지능으로
교육 현장의 인공지능 도입은 기계가 교사를 대신해 정답을 제시하는 일방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인지 발달이 활발한 5~8세 유아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출력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도록 돕는 협업자다.
에모리 대학교 최진호 교수 연구팀이 개발해 2026년 기술이전센터 올해의 혁신상을 받은 팅커테일즈는 기계와 아이가 주도권을 나누어 이야기를 완성하는 대안적 모델이다. 유아가 기계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협업자로 인식하게 유도함으로써, 조기 AI리터러시 교육의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한다.

화면을 벗어난 촉각적 하이브리드학습 설계
현재 대다수 교육용 기계는 화면 중심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근거리 무선 통신 칩을 내장한 실물 보드게임 및 토큰을 결합했다.
아이가 이야기 전개에 맞춰 등장인물, 장소, 사물, 감정을 나타내는 실물 토큰을 스캔하면,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기계가 이를 인지하고 이야기에 반영한다. 디지털 기술에 물리적 조작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학습 환경은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유아의 인지 발달 단계에 적합하다.
여기서 기계는 이야기의 방향을 통제하지 않으며, 전적으로 아이가 내린 선택을 바탕으로 서사 구조를 엮어내는 보조자로 기능한다.
인지적 부담을 낮추는 스캐폴딩의 실증적 효과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해 문장을 생성하는 대형언어모델 기반 서비스는 주로 유아에게 제약 없는 개방형 질문을 던진다. 실증 연구 결과, 이러한 개방형 환경에서 능동적으로 이야기 아이디어를 낸 아동은 37퍼센트에 불과했다.
반면 팅커테일즈는 원인과 결과를 묻는 연쇄 질문 형태의 스캐폴딩(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구조화된 안내)을 적용했다.
그 결과 아동의 이야기 참여도는 100퍼센트로 상승했다. 더불어 사회정서학습 원리를 적용해 감정적 추론을 요구했을 때, 아동의 62퍼센트가 감정적 맥락을 성공적으로 이야기에 추가했다. 기계의 연산 능력보다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는 상호작용 설계가 교육적 성과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통제되지 않은 기술 도입의 윤리적 위험성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에듀테크의 무분별한 도입은 유아가 유해한 결과물을 비판 없이 수용하게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일반 목적의 챗봇은 아동을 위한 윤리적 통제 장치가 부족하다.
팅커테일즈는 보호자가 사전에 설정한 교훈을 이야기의 주제로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기능과 다중 레이어 기반 콘텐츠 조정 시스템을 탑재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객관적 평가 지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 해당 기계가 생성한 이야기는 기존 아동용 동화 데이터베이스보다 폭력성, 혐오 표현, 독성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
유아용 시스템은 상업용 모델의 단순 변형을 넘어, 설계 초기 단계부터 철저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함을 시사한다. 기술의 무비판적인 도입을 넘어, 미래 세대가 기계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에듀테크 산업과 교육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주요 과제로 남는다.
[전문 용어 사전]
▪️AI리터러시: 인공지능 기술의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자신의 목적에 맞게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대형언어모델(LLM):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사전에 학습하여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문맥을 이해하고 언어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스캐폴딩(Scaffolding): 학습자가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임시로 제공하는 구조화된 지원이나 안내.
▪️하이브리드학습(Hybrid Learning): 디지털 기반의 소프트웨어적 환경과 물리적 교구를 활용한 오프라인 활동을 결합하여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교육 방식.
▪️사회정서학습(SEL): 자신의 감정을 인식 및 조절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