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브랜드가 아니라, 나를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20년 가까이 디자인 현장에서 브랜드를 만들어온 오유정 디자이너는 지금, 가장 낯설고도 중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이름은 ‘나’. 그리고 그 결과물은 ‘인생 2막’이다.
오유정은 ‘오프로(5Pro)’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프로페셔널의 의미를 담은 ‘Pro’에 열정, 약속, 제품, 철학, 고객이라는 다섯 가지 가치를 더한 이름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기준을 스스로 정의한 결과다.
그는 최근 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브랜딩은 늘 어렵다”고 말문을 연 그는 “공공 프로젝트를 오래 하면서 지치기도 했고, 이제는 다른 길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하지만, 지금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했다.
현장에서의 시간은 분명 깊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그는 2019년 국립수목원 국제 전시를 꼽았다. 20여 개국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국내 대표로 참여해 한 달 이상 전시를 운영했던 경험은 지금도 또렷하다. 이어 산림청 프로젝트와 민간정원 작업 역시 쉽지 않았던 만큼 오래 남는 작업으로 꼽았다.
브랜딩 전문가로서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메시지’다. 누가 보고 무엇을 느끼는지, 그 지점을 설계하는 것이 브랜딩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요즘은 기업보다 개인 브랜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나를 모르면 어떤 브랜드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의 중심 문장인 ‘콘텐츠로 사람을 연결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콘텐츠를 정보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으로 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고 ‘나도 그렇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연결은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 그는 오히려 인간의 영역이 더 분명해졌다고 말한다. 기술은 따라 할 수 있지만, 관점과 경험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지만, 결국 기억되는 것은 나만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브랜드 콘텐츠와 사람 중심 콘텐츠의 차이도 명확히 구분했다. “브랜드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에서 출발하지만, 사람을 위한 콘텐츠는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두 지점이 만나는 순간 콘텐츠는 광고가 아니라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조직이 아닌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 “남을 브랜딩하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나를 브랜딩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설레는 변화”라고 했다. 두려움도 있지만, 그 감정 자체가 성장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아침에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상 속 여유가 지금은 가장 큰 행복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방향은 ‘나’와 ‘사람’이다.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고, 강의를 통해 타인과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오프로에게 물어보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퇴직을 앞둔 이들에게 건네는 말도 담담하다. “퇴직은 잃는 것이 아니라 가벼워지는 것”이라며 “무언가를 놓아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말을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도, 두려움도 다 겪었다. 그래서 이제는 있는 그대로 나누고 싶다.” 그리고 짧게 덧붙였다.
“Just do 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