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단순하다. 한 아이가 작은 씨앗 몇 개를 마당으로 옮긴다. 흙 이불을 덮어주고, 물을 주고, 며칠을 기다린다. 그중 하나가 싹을 틔우고, 자라고, 끝내 큰 빨간 꽃을 피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자 꽃은 야위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잎은 떨어지고, 화분은 다시 비어버린다. 아이는 그래도 화분 곁에 머문다. 가을 낙엽 속에서, 그리고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그러다 어느 날 흙을 뚫고 다시 작은 손이 올라온다.
우혜린 작가가 글을 쓰고 라포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 『꿈꾸는 씨앗』(어깨 위 망원경)이 전하는 이야기는 이게 전부다. 26쪽짜리 얇은 책 속에는 큰 사건도 반전도 없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한참을 앉아 있게 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감이다. 책은 붉은 흙과 빨간 꽃, 따뜻한 노란 배경으로 거의 일관된다. 푸른 하늘이 등장하는 페이지조차 화면의 절반은 흙이 차지한다. 시선의 무게가 항상 땅 쪽에 실려 있는 책이고, 그것이 결국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흙 아래,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말이다.
문장도 그림만큼이나 단정하다. "나는 너와 친구들을 마당으로 옮겼어. 고운 흙은 너의 이불이었지." 책 첫머리의 두 줄은 이 책 전체의 톤을 정해준다. 화려한 수사 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듯한 잔잔한 어조. 화자는 끝까지 씨앗에게 "너"라고 부른다. 식물이 아니라 친구를 향한 말 같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빈 화분을 지키는 시간을 그린 페이지다. 한 아이가 가을 낙엽 속에서 화분을 들여다보는 그림과, 같은 아이가 같은 자세로 눈 내리는 겨울에 화분을 들여다보는 그림이 좌우로 나란히 놓여 있다. 그 위에는 단 한 줄. "나는 오랫동안." 두 페이지 다음에는 흙 위로 막 올라온 새싹 앞에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린 아이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기다림 끝에 나를 향해 흔드는 작은 손을 보았지."
이 책은 흔한 위로의 말을 진부하게 설명하는 대신 직접 보여주는 쪽을 택한다. "겨울에도 성장은 계속된다"고 직접 말하지 않고, 씨앗을 의인화해 감정을 끌어올리지도 않는다. 그저 한 아이가 화분 곁에 오래 앉아 있는 장면을 그릴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결국 두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한다.
흙 속에서 잠을 자다 다시 돌아오는 씨앗의 이야기, 그리고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 곁을 떠나지 않은 아이의 이야기. 출판사가 이 책을 ‘전 연령 대상’ 도서로 분류한 이유는 아마 후자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곁에서 오래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에 숨겨진 두 번째 이야기가 길게 남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는 자기 키보다 훨씬 풍성하게 자라난 빨간 꽃 더미 옆에 작게 그려져 있다. "다만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겨우내 희망을 뿌리내리고 있던 거야."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아이의 손에 쥐여주기 전에, 어른이 먼저 한 번 펼쳐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