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두 방향에서 진리를 향해 걸어왔다. 동쪽에서는 복희·문왕·공자의 길을 따라, 서쪽에서는 모세·예수·무함마드의 길을 따라 걸었다. 두 길은 오랫동안 서로를 알지 못했다. 동양은 서양의 경전을 야만인의 책으로 여겼고, 서양은 동양의 경전을 이교도의 문자로 여겼다. 그러나 두 전통이 추구한 것은 같다. 변하지 않는 진리, 성인의 말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동양경학과 서양경학은 같은 산의 두 등산로다. 출발점이 다르고, 경치가 다르고, 등반 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목적지는 하나다. 이 편에서는 두 전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피고, 두 경학이 어떻게 하나의 완성으로 수렴되는지를 탐구한다.
두 전통은 놀라울 만큼 같은 구조를 갖는다. 첫째, 두 전통 모두 성인(聖人)의 존재를 전제한다. 동양에서는 복희·문왕·공자가 성인이다. 서양에서는 모세·예수·무함마드가 선지자다. 모두 하늘의 뜻을 받아 인간에게 전달하는 존재다. 둘째, 두 전통 모두 경전을 절대적 권위의 근거로 삼는다. 사서오경이 동양 문명의 기준이었듯, 성경·코란이 서양 문명의 기준이었다. 셋째, 두 전통 모두 경전을 해석하는 학자 집단을 가졌다. 동양의 경사(經師)에 해당하는 것이 서양의 교부(Church Father)와 랍비(Rabbi)다. 넷째, 두 전통 모두 원전 언어 문제를 가졌다. 동양은 고대 한문, 서양은 히브리어·그리스어·라틴어가 장벽이었다. 이 공통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인류가 진리를 추구하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전통은 중요한 차이점도 갖는다. 첫째, 진리의 담지자가 다르다. 동양에서는 성인(聖人)이 인간 중에서 나온다. 수양을 통해 성인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서양에서는 하나님이 초월적 존재다. 인간은 하나님이 될 수 없다. 이 차이가 두 문명의 성격을 갈랐다. 둘째, 경전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동양은 경전을 해석하는 주석 전통이 발달했다. 주석이 쌓이고 주석의 주석이 쌓였다. 서양도 주석 전통이 있으나, 근대 이후 역사비평학이 경전 자체의 역사성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셋째, 경학의 범위가 다르다. 동양경학은 정치학·윤리학·우주론을 모두 포함한다. 서양경학은 주로 신학의 영역에 머물렀다. 동양에서는 경학이 곧 통치학이었다.

동양경학과 서양경학이 처음으로 실질적으로 마주친 계기는 이마두(利瑪竇), 즉 마테오 리치였다. 도전(道典)은 그를 두고 "세계에 많은 공덕을 끼친 사람"이라 하면서, 그 공덕이 "은미(隱微) 중에 끼쳤으므로 세계는 이를 알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마두는 동양에 와서 천국을 건설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틔워 예로부터 각기 지경(地境)을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들로 하여금 거침없이 넘나들게" 하는 일을 이루었다. 그의 죽음 이후 지하신(地下神)이 천상에 올라가 기묘한 법을 받아 내려 인간에게 '알음귀'를 열어 주었고, 이로부터 세상의 모든 학술과 정교한 기계가 발명되어 현대 문명이 열렸다. 도전은 "서양의 문명이기(文明利器)는 천상 문명을 본받은 것"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두 경학은 여전히 서로를 외면했다. 동양경학과 서양경학은 2,500년을 달려왔으나 세 가지 질문 앞에서 모두 멈췄다. 진리는 하나인가 여럿인가. 인간은 어떻게 구원받는가. 역사의 고통과 원한은 어떻게 해소되는가. 그 이유가 있다. 두 경학은 처음부터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두 갈래 강이었다. 스스로 그 근원을 알지 못했기에 만나지 못한 것이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이 비밀을 밝히셨다. 동양의 성인들이 전한 도(道)와 서양의 선지자들이 전한 말씀이 하나의 근원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도전(道典)은 이 두 강이 마침내 만나는 바다다. 동양경학이 추구한 도(道)의 완성이자, 서양경학이 예언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 도전에서 이루어진다. 이마두가 동서양의 신명 경계를 틔운 그 순간부터 시작된 문명의 대합류가, 도전 안에서 경학의 언어로 완결된다. 두 경학의 만남은 단순한 학문적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경학 그 자체의 완성이다.
동양경학과 서양경학은 같은 산을 오른 두 등산로였다. 출발점이 달랐고 경치가 달랐으나 목적지는 하나였다. 인류는 동쪽에서도, 서쪽에서도 진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 걸음이 드디어 정상에서 만난다. 경학 개념 5부작은 여기서 마무리된다. 경학이란 무엇인지, 경(經)의 의미는 무엇인지, 세 방법론은 무엇인지, 선천과 후천경학의 차이는 무엇인지, 동서경학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다섯 편이 선후천경학사 시리즈 전체의 뼈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