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척추라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약 45일간의 폐쇄를 끝내고 다시금 물길을 열었다. 멈춰 섰던 유조선들이 좁은 수로를 가로지르며 검은 황금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지만, 수면 아래 도사린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은 채 여전히 차갑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물류의 재개로 보는 것은 오판이다. 그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와 이란이라는 두 거대한 자존심이 맞붙은 기묘한 해빙과, 그보다 더 복잡한 지정학적 수싸움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방은 철저히 '조건부'다. 압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장관은 레바논 휴전에 따른 시혜적 조치임을 강조하며 오직 상업용 선박에만 길을 열어주었다. 이는 이란이 중동 정세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대내외적 선전용이다. 반면 트럼프는 이를 자신과 이란 사이의 독자적인 협상 결과물로 규정하며 레바논 사태와의 연관성을 단칼에 잘랐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 세력이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이 동상이몽의 풍경은, 현재의 해빙이 얼마나 위태로운 기초 위에 서 있는지를 반증한다.
가장 이색적인 대목은 트럼프가 호르무즈를 '이란 해협'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제법적 명칭을 무시한 채 이 지역을 이란의 실질적 영토로 인정해 주는 듯한 발언은, 상대를 인정하는 척하며 실리를 챙기는 노련한 장사꾼의 화법을 닮아있다. 특히 미군이 이란의 지뢰 제거 작업을 직접 돕고 있다는 주장은 파격적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업자가 되어 바닷길을 닦는 광경은 실용주의가 원칙을 압도한 기괴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핵 문제를 둘러싼 우라늄 공방전은 이 평화의 유통기한이 짧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트럼프가 이란의 농축 우라늄 반출 합의를 기정사실로 하며 구체적인 운송 장비까지 언급하자, 이란은 즉각 '주권의 신성함'을 내세우며 반발했다. 합의된 바 없다는 이란의 항변과 이미 끝난 거래라고 몰아붙이는 트럼프의 압박 사이에서 진실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국제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트럼프는 나토를 '종이호랑이'라 비난하며 독자 행보를 걷고 있고,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장관은 이를 '국제 시스템의 붕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란 내 강경파 또한 미국의 해상 봉쇄가 완전히 풀리지 않는다면 언제든 해협을 다시 닫아걸 준비가 되어 있다. 다가오는 수요일, 트럼프가 제시한 운명의 데드라인이 이 불안한 평화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숨죽여 지켜보아야 한다. 닫혔던 문이 열린 것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인지, 아니면 더 큰 폭풍을 몰고 올 전조인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