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도종합법률사무소(대표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 계약 만기가 지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임차인의 선제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18일 밝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2020년 2,989건에서 2025년 7,707건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사고 금액 역시 5,991억 원에서 1조 4,562억 원으로 치솟으며,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단순 분쟁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피해자의 약 70%가 20~30대 청년층에 집중되면서 사회 초년생의 주거 안정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전세 계약 종료 후 2억 5,000만 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수개월을 버텼다. 임대인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했고, 결국 A씨는 새 집 계약금조차 마련하지 못해 지인의 집을 전전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사례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법조계는 전세금 반환 지연이 발생했을 때 ‘감정 대응’이 아닌 ‘절차 대응’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세금반환소송은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임대인을 상대로 임차인이 제기하는 민사소송으로, 임차인이 계약서와 보증금 지급 내역, 계약 종료 통보 기록 등을 입증해야 한다. 통상 3~6개월이 소요되지만, 임대인의 재산 은닉이나 다툼이 발생할 경우 장기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엄정숙 변호사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조치는 내용증명 발송”이라며 “내용증명은 단순 통보가 아니라 이후 소송에서 ‘반환 요구 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인이 응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근거한 제도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사를 가능하게 하면서 기존 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주는 장치다. 특히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주택에 묶일 수밖에 없는 임차인에게 사실상 ‘생존권 보호 수단’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많은 임차인들이 이 절차를 뒤늦게 인지하거나, 임대인의 말만 믿고 대응 시기를 놓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이 시간을 끌수록 자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늘려 실제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경고한다.
임차권등기명령 이후에도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전세금반환소송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판결’이 아니라 ‘집행’이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가압류나 강제경매 등 후속 절차를 통해 실제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반환소송은 판결을 받는 것이 끝이 아니라, 강제집행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집행 가능한 재산이 줄어들어 회수율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은 HUG 등 보증기관을 통해 보증금을 대신 지급받는 ‘대위변제’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보증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으로 남는다.
정부 역시 역전세난 완화를 위해 2025년 전세보증금반환대출 DTI 60% 특례를 연장하는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서고 있지만, 임대인의 반환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금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구조”라며 “계약 만기 이후 임대인이 지연 조짐을 보이는 즉시 내용증명과 임차권등기명령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혼자 해결하려다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