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는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 동네 기부천사’라 불리는 인물이 있다. 과거 군북 3.1독립운동 기념사업회를 이끌며 지역의 역사적 자긍심을 드높였던 박기학 전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전 회장은 재임 시절, 강력한 리더십으로 3.1운동 성역화 사업을 완수하며 기념사업회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군민으로 돌아온 지금, 주민들은 그를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진정한 봉사자’로 기억한다. 그 배경에는 수십 년간 묵묵히 이어온 그의 ‘남모를 기부’와 ‘이웃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항일 투쟁의 성지, 군북의 정신을 가슴에 품다
그가 이토록 지역 사회에 헌신하는 이유는 군북면이 가진 뜨거운 역사적 부채감과 자부심 때문이다. 군북 3.1운동은 1919년 3월 20일, 5,000여 명의 군중이 집결해 일본 군경의 무차별 사격에 맞섰던 경남 지역 최대 규모의 항일 의거 중 하나다. 당시 현장에서 20여 명의 열사가 순국하고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던 비극적이면서도 찬란한 역사는 박 전 회장의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었다.
박 전 회장은 “우리 군북은 선조들의 피로 지켜낸 땅”이라며 “그분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것은 단순한 영토가 아니라 내 곁의 이웃과 공동체의 안녕이었다”고 회고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박기학 전 회장의 기부 행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삶의 일부’다. 그는 매년 명절마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위해 쌀과 생필품을 기탁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재를 털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원을 지속해 왔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이러한 선행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극구 사양해 왔다는 점이다. 박 전 회장은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누는 것은 선열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일 뿐”이라며, 늘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보였다.
◆복지 사각지대 찾아가는 ‘발로 뛰는 기부’
박 전 회장의 기부는 단순히 물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나선다.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외딴 농가를 방문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고, 추운 겨울이면 난방비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이웃들을 위해 남모르게 연탄과 난방유를 지원하는 등 ‘현장형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진심은 지역 청년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지역의 한 청년회원은 “박 전 회장님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애국이 무엇인지, 봉사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시는 분”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지역 공동체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라고 전했다.
◆3.1 정신의 현대적 계승, ‘나눔 공동체’
박 전 회장은 기부와 봉사가 결국 군북 3.1운동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고 믿는다. 그는 “1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이 하나 되어 만세를 불렀던 이유는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꿨기 때문”이라며, “그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나눔을 통해 하나 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지역 사회의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봉사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나눔 멘토’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남은 생도 이웃의 곁에서
박기학 전 회장의 시계는 퇴임 후 더욱 바쁘게 돌아간다. 오늘도 작업복 차림으로 마을을 돌며 이웃의 안부를 묻는 그의 모습에서, 직함의 무게보다 더 묵직한 ‘진심의 무게’가 느껴진다.
함안 군북의 역사를 지켰던 파수꾼에서, 이제는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부천사로 거듭난 박기학 전 회장. 그의 헌신적인 삶은 각박한 현대 사회에 진정한 리더의 뒷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소리 없이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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