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링 반데룽의 사회학 칼럼니스트/발행인 : 이은택
얼마 전 친구사무실에서 무심코 탁자위에 있는 신문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제목만 읽는데 정치. 사회. 경제 등 현실과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지난 사람들 같았다. 날짜를 보니 어이없게도 해를 넘긴 신문이었다.
해를 넘겼는데도 멀어지는 상황은 변함이 없었고 단지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의 차이가 있었을 뿐 이었다. 잠시 생각해보니 언제나 그랬던 것 같았다. 어제와 오늘은 인간이 그어 놓은 경계의 의미일 뿐 인간사는 어떠한 틀에 의해 움직이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것이 한계인가. 등산용어로 링 반데룽(Ring Wanderung)라는 말이 있다.
동일한 장소에서 원을 그리며 방황하는 것을 말한다.
짙은 안개나 폭우, 폭풍설을 만났을 때 혹은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 자기 자신은 어느 목표지점을 향해 전진한다고 생각하지만 한참 후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현상이다.
피로나 악천후 등의 원인으로 사고력이 둔해지고 방향감각을 잃었을 때 혹은 야간까지 무리한 강행군을 계속 했을 때에도 이런 현상은 일어 날 수 있다. 우리말로는 환상방황(環狀彷徨)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 자체가 '환상방황'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사회생활에서 이런 현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각계각층의 분수령처럼 내뿜는 주장도 자기 딴에는 나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아무리 열을 올렸다고 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링 반데룽'현상으로 비춰질 뿐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데스바네아에서 돌이켜 유대광야를 38년 동안 유랑한 것도 어쩌면 인간이 스스로 조작해 자기안의 세계를 누릴 때 일어나는 환상방황과 같은 것 때문이었다.
그 방황의 끝은 자명했다. 그 세월, 그들이 누렸던 삶의 양식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끝없는 원망, 불평으로 점철된 광야 길은 완전한 '환상방황'이었다.
'돌파구가 없는 흙먼지길, 현대사회는 자신에 갖혀 과거의 행태를 못 벗어 나고 환상방황의 끝에서 원점으로 되돌아온 일들이 난무하고 있다. 인간지식의 산물인 여러 가지 대책이 그럴 듯 하게 보이지만 또 하나의 시행착오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 왔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가는 자명한 일이다. 꼼꼼히 따져보고 정말로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때이다. 그중 가장 큰 병페인 이렇게 된 것을 모두 '네 탓'으로 돌리는 것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