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피트 두루마리로 보는 러크나우의 역사와 예술
인도 북부의 역사적 도시 러크나우. 오늘날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주도인 이 도시는 식민지 시대, 특히 영국 동인도회사의 전성기였던 1820년대에 상업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독특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최근 미국 예일 영국 미술 센터(Yale Center for British Art)에서 이 도시를 묘사한 특별한 두루마리가 공개되며 세계 예술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두루마리의 길이는 무려 37피트(약 11.2미터)에 달하며, 당시 러크나우 곰티 강(Gomti River)의 풍경을 구아슈와 수채화로 생생히 담아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 작품은 2026년 4월 9일부터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며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두루마리 '러크나우 프롬 더 곰티(Lucknow From the Gomti)'는 여러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첫째, 예술적 기법 면에서 유럽식 원근법이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동서양 예술이 융합되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 중 하나로, 동인도회사 시대 인도 내 문화적 변화와 접근법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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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도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는데, 여러 예술가가 협업하며 완성했지만 누구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당시 예술 시장에서 요구되던 집단 작업의 현실을 반영하며, 예술가라는 개인의 존재보다 판매와 소비가 우선시되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게 만듭니다. 두루마리에는 환상적인 강 배, 분홍색과 흰색 궁전, 달리는 말, 목욕하는 사람들이 다채롭게 그려져 있어 당시 러크나우의 번화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820년대 당시 영국의 방문객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유럽 고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동시에 인도 현지의 풍경과 일상을 담아내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 시선은 식민지 예술의 복잡한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전시회 '화가, 항구, 이익: 예술가와 동인도회사, 1750-1850(Painters, Ports and Profits: Artists and the East India Company, 1750-1850)'에서는 이 두루마리를 중심으로 총 100점 이상의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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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작품들은 상업적 요구에 따라 창조된 예술 작품들이며, 동서양의 특성과 경제적 이익이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특히 러크나우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은 인도 북부의 번화함과 상업적 중심으로서의 모습을 분홍색 궁전과 강 배, 목욕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 다채로운 이미지로 생생히 보여줍니다.
동인도회사와 예술적 융합의 흔적
이 두루마리는 단순히 아름답고 웅대하다기보다, 당시 예술이 얼마나 사회와 경제적 요구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증명하는 중요한 기록으로 평가됩니다. 동인도회사의 상업적 지배 시기에 아시아에서 융합된 예술적 영향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완전히 독창적인 예술 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현지 예술가들은 전통적인 인도 회화 기법에 유럽식 원근법과 구도를 접목하여 새로운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켰고, 이 과정에서 혁신적인 기법들이 탄생했습니다.
이는 예술적 융합이 반드시 상업적 동기에서만 발생하지 않으며, 문화적 상호작용과 인식의 확장이라는 훨씬 폭넓은 맥락을 포함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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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예술적 기록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가?
예상할 수 있듯,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히 과거의 예술적 기법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예컨대, 한국 독자들로서는 흥미로운 비교 사례로 조선 후기의 풍속화와 산수화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19세기 조선도 서양 문물을 접하며 새로운 시각적 기법을 시도했던 시기였습니다.
김홍도의 풍속화에 드러나는 일상의 장면들과 이와 대조적으로 빨라진 도시화의 모습은 당시 한국 내에서 겪었던 문화적 변화를 반영합니다. 물론 이러한 융합적 변화가 항상 긍정적이진 않았습니다.
식민 지배 하에서 많은 지역은 원래의 문화적 고유성을 잃거나 왜곡됐고, 예술가는 경제적 압박 속에서 순수한 창작의 의미를 잃기도 했습니다. 동인도회사 시대의 예술 작품들은 문화적 교류의 산물인 동시에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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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방문객들을 위해 제작된 이 두루마리는 인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기보다는 유럽인들이 기대하는 '이국적' 이미지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술적 발전의 맥락에서 식민주의는 단순한 문화적 포용의 과정과는 다른 다면적 진실을 담고 있으며, 원치 않는 조화는 압박과 착취의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술적 융합이 경제적 혹은 정치적 구조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의 예술계와 교육 분야에 어떤 교훈을 주는가? 필자는 창작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상업적 요구와 시대적 배경 속에서 생성되면서도 어떻게 창조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동서양 문화가 함께 작업하며 새로운 기법과 콘텐츠를 창출해낸 점은 글로벌 시대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섞였을 때 창의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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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예술의 교훈,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1750년부터 1850년까지 약 100년에 걸친 동인도회사 시대는 아시아 전역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제작된 예술 작품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역학 관계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러크나우의 두루마리는 그 중에서도 특히 규모와 보존 상태, 예술적 완성도 면에서 탁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이 작품은 그동안 학계에서도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던 식민지 시대 예술의 새로운 측면을 조명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론적으로, '러크나우 프롬 더 곰티'와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동서양의 예술적 융합이 단순히 식민지 시대의 산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시선과 통찰을 제공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되짚는 동시에 타인의 독특한 경험과 기록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교육과 예술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당신은 과거의 융합적 예술과 현대의 예술적 방향성을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본 적이 있나요? 예술은 과연 시대의 압박 속에서도 진정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전시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볼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시는 2026년 4월 9일부터 6월 21일까지 예일 영국 미술 센터에서 계속됩니다. 100점이 넘는 작품들을 통해 식민지 시대 인도 예술의 독특한 발전을 탐구하고, 예술과 역사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변용과 창조적 상호작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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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smithsonianma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