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으로 읽고 손으로 느끼는 나무의 온기
현대인들은 매일 차갑고 매끄러운 유리 액정과 플라스틱, 금속으로 이루어진 환경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 삭막한 일상에서 우리가 본능적으로 숲과 나무를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시각적으로 나무의 결(grain)이 뚜렷하게 보이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과 피로가 감소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목공은 이러한 나무를 직접 만지고 다듬으며 시각과 촉각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나무는 생명체였기에 종류마다 고유한 성정과 결, 다채로운 색감을 지니고 있다. 묵묵히 나무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가는 과정은 매우 감각적인(sensuous) 경험을 선사한다.
차가운 공산품과는 달리 목재는 만졌을 때 고유의 온기와 성격을 지니고 있어 작업자에게 "나무는 살아있고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해 준다.
잘 벼려진 도구가 부르는 '나무의 노래'
목공은 단지 눈과 손만 즐거운 작업이 아니다. 진정한 목공의 매력은 나무를 깎고 자를 때 피어나는 후각적, 청각적 자극에 있다. 나무토막을 가공할 때 작업장 안에는 은은하고 상쾌한 나무의 향기가 퍼져나가며 후각을 자극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목공 도구와 나무가 만나서 만들어내는 청각적 경험이다. 숙련된 목공예가들은 날카롭게 잘 갈린 칼이나 대패가 나무의 세포를 얇게 저며낼 때 나는 소리를 가리켜 "칼이 나무 속에서 음악을 연주한다"고 표현한다.
거칠게 뜯겨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결을 따라 완벽하게 잘려 나갈 때 귓가를 스치는 경쾌한 '쉬익(whoosh)' 하는 소리는 작업자에게 도구가 나무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즉각적이고 매력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처럼 오감을 총체적으로 자극하는 작업이기에 목공예가들은 나무 안에서 기쁨과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잃어버린 감각의 복원, 현재에 머무르는 치유의 시간
우리의 감각은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때 가장 날카롭게 깨어난다.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디지털 세상의 자극이나 대량 생산된 물건들과 달리 공예는 철저히 '현재에 존재함(presence)'을 요구한다. 손끝으로 나무의 결을 읽어내고 톱밥의 향기를 맡으며 칼날이 부르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우리의 뇌는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머물게 된다.
반복적인 대패질이나 칼질의 리듬감은 조용한 반성과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며 일종의 명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시각, 촉각, 후각, 청각을 모두 동원하여 나무라는 자연의 소재와 온전히 교감하는 이 시간은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마비되었던 우리의 오감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거칠었던 나무가 내 손길을 거쳐 매끄러운 형태를 갖춰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소리로 확인하는 순간 지친 현대인의 내면에도 따뜻한 치유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스며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