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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글로벌 거버넌스, 한국의 역할은?

AI의 발전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

파편화된 규제가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협력에서 한국의 기회와 도전 과제

AI의 발전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

 

인공지능(AI)은 현대 경제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적 혁신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의료 AI 진단, 챗봇 같은 지능형 시스템은 일상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습니다. 특히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 안전적 그리고 법적 문제는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석학들이 AI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국제적 프레임워크의 구축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이에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누구나 자동 번역기와 음성 비서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지금, AI는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하는 기술임이 명백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규제와 법적 틀은 국가 단위나 지역 단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2024년 AI 법안(AI Act)을 통과시켜 위험 기반 규제 체계를 마련했으나, 미국은 연방 차원의 포괄적 AI 규제 없이 주별로 상이한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주도의 엄격한 통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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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파편화된 글로벌 규제 환경은 AI 기술이 가진 초국경적 속성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어렵게 만듭니다. 런던정경대(LSE) 블로그에 지난 4월 7일 게재된 논문에서 사라 핑크 박사는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 파편화된 AI 규제의 부적절성"이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녀는 최신 데이터와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현존하는 국가 및 지역별 AI 규제가 AI의 국경을 초월하는 특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서로 다른 관할권에 걸쳐 다양한 규칙을 적용하는 데 따르는 실제적인 어려움과 규제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의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규제 차익거래란 기업들이 규제가 느슨한 국가나 지역으로 사업을 이전하거나, 여러 관할권의 규제 사이의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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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글로벌 AI 안전과 윤리 기준이 무력화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핑크 박사는 "AI 윤리, 안전, 책임에 대한 보다 통일되고 국제적으로 조율된 접근 방식이 경험적 증거를 기반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각국이 독자적으로 규제를 발전시키는 현재의 접근이 기업들에게는 규제 준수 비용을 증가시키고, 소비자와 사회에는 보호 수준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EU의 AI 법안은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요구사항을 포함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동일한 기준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AI 기업들은 지역마다 다른 버전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비효율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파편화된 규제 환경에 대한 해법으로,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4월 게재한 "AI 거버넌스를 위한 글로벌 명령"이라는 칼럼에서 더욱 강력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마추카토 교수는 혁신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그녀는 "AI 기술의 오용을 방지하고 기술이 공공선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핵 비확산 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과 유사한 다자적이고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프레임워크가 시급하다"고 역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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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AI의 미래를 시장이나 국가주의적 경쟁에만 맡기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단독 국가 또는 기업이 아닌 국제적으로 조율된 거버넌스 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마추카토 교수가 강조한 것은 '미션 지향적(mission-oriented)' 접근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히 AI의 위험을 완화하는 소극적 규제를 넘어, AI 개발과 배포가 기후 변화 대응, 보건 위기 해결, 사회적 불평등 감소 같은 명확한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AI 기술 발전에 있어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제안입니다. 예를 들어, 1968년 체결된 핵 비확산 조약은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면서도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촉진하는 균형잡힌 국제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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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91개국이 가입한 이 조약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법적 구속력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했습니다. 마추카토 교수는 AI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한 다자적 협약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AI 기술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국제적 기준, 검증 메커니즘, 그리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IT 강국으로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어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AI 시장 규모는 약 15조 원으로 추산되며, 정부는 2030년까지 AI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규제가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국내 AI 정책은 여전히 규제와 지원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잡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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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람 중심의 AI 윤리 기준"을 발표하며 기술 개발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이는 권고 사항에 그치며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시스템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급격히 발전하는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데이터 활용 방식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AI 거버넌스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EU의 AI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한국은 관찰자 역할에 머물렀으며, OECD AI 원칙 수립에는 참여했지만 주도적 역할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한국AI윤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AI 반도체와 딥러닝 기술력을 갖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에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력과 정책 영향력 사이의 격차가 크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파편화된 규제와 그로 인한 차익거래의 가능성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심각한 도전 과제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 간 AI 규제가 상충할 경우, 양 시장에 모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어느 규제를 우선적으로 따라야 할지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서는 EU AI 법안을 준수해야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등 각 주의 서로 다른 AI 규제를 별도로 대응해야 하는 복잡성에 직면합니다. 또한 각국의 데이터 보호법이 AI 기술과 충돌할 때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은 AI 시스템의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만, 딥러닝 기반 AI의 '블랙박스' 특성상 완전한 설명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특히 글로벌 데이터를 다루는 한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로,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일본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을 운영하면서 한국, 일본, 유럽의 서로 다른 데이터 규제를 동시에 준수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다행히도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내에서 한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기회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기술력과 중재자로서의 외교적 신뢰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ISO/IEC JTC 1/SC 42(인공지능 분과위원회)에서 한국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AI 표준화 논의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들은 AI 신뢰성 평가, AI 윤리 가이드라인, AI 시스템 품질 측정 등의 국제 표준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잡힌 위치에 있으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아시아적 맥락을 이해하는 독특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2023년 영국에서 개최된 AI 안전 정상회의(AI Safety Summit)에 한국이 참여했으며, 향후 유사한 국제 포럼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일각에서는 AI 윤리와 책임에 기반한 기술 개발을 강조하는 '신뢰할 수 있는 AI' 구상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 발전과 윤리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접근으로, 만약 이것이 구체적인 정책과 산업 실행으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에서 한국만의 모델로 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AI 정책 이니셔티브와 카이스트 AI 대학원 등 국내 학계에서도 AI 거버넌스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학술적 기반이 정책 개발로 이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협력에서 한국의 기회와 도전 과제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협력 추진이 요구됩니다. 한국의 AI 관련 법률 및 정책은 아직 글로벌 이해관계와 충분히 통합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AI 기본법은 AI 개발과 활용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지만, 국제적 정합성과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 방안에 대한 구체적 조항이 부족합니다. 법안에 국제 협력 의무 조항을 명시하고,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 정부 대표단을 정기적으로 파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AI 기술 개발 과정에서 투명성과 포용성을 강화해 산업계와 시민 사회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현재 AI 정책 결정 과정은 주로 정부 부처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중소기업, 스타트업, 시민단체, 학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AI 위원회(AI Council)나 캐나다의 AI 자문위원회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 수립의 민주성과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AI 연구 및 개발(R&D)에 있어 국제 공동 프로젝트를 늘리고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2025년 AI 연구개발에 약 2조 원을 투자했지만, 이 중 국제 공동 연구에 할당된 비중은 10% 미만입니다.

 

EU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그램이나 미국의 국립과학재단(NSF) AI 연구 허브처럼, 국경을 넘는 협력 연구를 장려하는 펀딩 체계를 확대해야 합니다. ETRI, KAIST, 서울대 등 주요 연구기관이 MIT, 스탠퍼드, 옥스퍼드 같은 해외 명문 기관과 AI 안전성, 윤리, 거버넌스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면, 한국의 글로벌 AI 거버넌스 참여도는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넷째, AI 인재 양성에서도 글로벌 관점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 AI 교육은 기술적 역량에 집중되어 있으며, AI 윤리, 정책, 국제 규범에 대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AI 전문가들이 기술뿐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학제간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국제기구나 해외 싱크탱크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AI 글로벌 거버넌스는 단순히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의 공공선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와 사라 핑크 박사가 강조한 것처럼, 파편화된 국가별 규제로는 AI의 초국경적 특성과 심대한 사회적 영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핵 비확산 조약과 같은 다자적이고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위험 관리를 넘어 AI가 기후 위기, 보건 문제, 사회적 불평등 같은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술력과 정책적 중재력을 통해 중요한 역할을 맡을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 빠른 디지털 전환,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신뢰는 한국이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자산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국제 협력,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국제 공동 연구 확대, 그리고 글로벌 관점을 갖춘 인재 양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이 국제적 AI 협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가 국가 경쟁력의 한 축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서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과연 우리는 단순히 따라가는 국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AI 시대의 새로운 규범을 제시하는 선도자가 될 것인가? 이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2026년 현재,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는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으며, 한국이 이 중요한 시점에 어떤 역할을 선택하느냐가 향후 수십 년간 국가의 위상을 결정할 것입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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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project-syndicate.org

blogs.lse.ac.uk

작성 2026.04.09 01:28 수정 2026.04.0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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