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 동화 - 8편 왜 걱정하니?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아침이었다.
민서는 학교 가는 길 내내 가방끈을 꽉 쥐고 걸었다. 오늘은 수학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문제집을 풀었는데도 마음은 좀처럼 놓이지 않았다.
교실에 들어서자 친구들이 떠들고 있었다.
“이번 시험 어렵다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서의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시험지가 나눠졌다. 문제를 보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어젯밤 분명히 풀었던 문제인데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연필을 쥔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시험이 끝난 뒤에도 마음은 끝나지 않았다.
민서는 교실을 나오며 속으로 답을 되짚어 보았다. 틀린 것 같은 문제, 못 푼 문제, 시간이 부족했던 순간이 자꾸만 떠올랐다. 운동장 벤치에 앉아서도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서는 같은 생각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때 민서는 전깃줄 위에 앉아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보았다.
참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제 깃털을 고르고 있었다. 민서는 그 작은 새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때 도서관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벤치 옆에 멈췄다.
“민서야, 왜 그렇게 얼굴이 어둡니?”
“시험을 망친 것 같아요.”
선생님은 민서 옆에 조용히 앉았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바스락거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나도 너만 할 때 걱정이 참 많았어. 시험만 보면 잠도 잘 못 잤지.”
“그게 도움이 됐어요?”
선생님은 잠깐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글쎄. 잘 모르겠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거든. 걱정이 정말 결과를 바꿨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
민서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했다.
걱정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선생님이 다시 물었다.
“왜 걱정하니?”
“시험 때문이요.”
“시험 결과가 나쁘면?”
“엄마한테 혼나요.”
“혼나면?”
민서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혼나면 큰일이 날 것처럼 느껴졌는데, 끝까지 생각해 보니 그다음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무서운 건 혼나는 일 자체보다, 혼날지도 모른다는 마음속의 느낌이었는지도 몰랐다.
선생님이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며 말했다.
“옛날에 예수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 사람들이 먹을 것과 입을 것 때문에 걱정할 때 이렇게 물으셨지.
‘너희 중 누가 걱정함으로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느냐?’”
민서는 다시 참새를 바라보았다.
참새는 여전히 전깃줄 위에서 제 깃털을 고르고 있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걱정이 꼭 나쁜 건 아니야. 준비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미 시험은 끝났잖아.”
그 말이 민서의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이미 끝났다.
지금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음 날, 시험 결과가 나왔다.
민서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예상보다 점수가 낮았다. 민서는 종이를 한 번 접고, 다시 한 번 접어 가방에 넣었다. 창밖에는 참새들이 전깃줄 위에서 짹짹거리고 있었다. 어제 본 참새와 같은 새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오늘도 저 자리에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민서는 가방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가면 엄마에게 시험지를 보여 드려야 했다. 아마 혼이 날지도 몰랐다. 그건 알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혼나고 나면 또 다음 날이 올 것이고, 다시 공부할 시간도 있을 것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민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맑고 파랬다.
왜 걱정하니.
그 질문은 이제 다르게 들렸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걱정이 정말 끝까지 두려워할 만한 것인지, 천천히 들여다보라는 뜻 같았다. 마음속에서 부풀어 오른 걱정들 가운데는, 끝까지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덜 무서운 것들도 있었다.
민서는 천천히 걸었다.
내일 다시 공부하면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