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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시대의 실존철학 - 17. 회식이라는 의례 : 우리는 왜 원하지 않는 자리에도 앉아 있는가

회식은 왜 업무처럼 느껴지는가

관계를 유지하는 ‘의례’의 구조

선택 가능한 관계로의 전환

웃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어색하게 앉아 있는 인물은, 선택이 아닌 의무로 참여하는 회식 문화 속 개인의 고립감을 상징한다.

번아웃 시대의 실존철학 - 17. 회식이라는 의례 : 우리는 왜 원하지 않는 자리에도 앉아 있는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

한 가지 질문이 조용히 떠오른다.

 

“오늘 회식 있지?”

 

이 한 문장은 단순한 일정 확인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긴장이다.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할 것 같은 자리

편하지 않지만 빠질 수 없는 분위기

자연스럽지 않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선택

 

이 모든 감정이 뒤섞인 상태에서

우리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네, 참석하겠습니다.”

 

이 선택은 자유로운 선택일까.

 

회식은 원래 단순한 식사였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은 점점 하나의 ‘의례’로 변했다.

 

의례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규칙을 유지하는 장치다.

 

회식에 참석하는 것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속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행위가 된다.

 

의례가 강력한 이유는

그것이 명시적인 규칙이 아니라

암묵적인 기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직접 말하지 않는다.

 

“꼭 와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안다.

 

참석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평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 구조 속에서

회식은 선택이 아니라

암묵적인 의무가 된다.

 

회식은 관계를 위한 자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억지로 앉아 있는 자리

형식적인 대화

불편한 웃음

 

이 경험이 반복될수록

회식은 관계 형성이 아니라

하나의 심리적 압박으로 변한다.

 

그리고 이 순간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이 관계는 정말 필요한 관계인가.”

 

건강한 관계는 강요되지 않는다.

 

그것은 선택 속에서 만들어진다.

 

가고 싶은 사람은 가고

쉬고 싶은 사람은 쉴 수 있는 구조

 

이것이 진짜 관계를 만든다.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참여를 강요하는 조직은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피로가 쌓인다.

 

반대로 선택을 허용하는 조직은

더 느슨해 보이지만

더 깊은 신뢰를 만든다.

 

회식은 나쁜 문화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선택이 아니라

강요가 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이 자리는 정말 필요한 자리인가

나는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가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관계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가능해질 때

회식은 더 이상 의례가 아니라

진짜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4.01 09:57 수정 2026.04.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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