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노동하는 것만으로 인생이 보장되던 시대는 끝났다. 기존의 국가 모델이 한계에 도달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국가란 무엇인가?”
저성장, 인구 절벽, 세대 갈등, 그리고 끊임없는 남과의 비교 속에서 대한민국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평생직장과 연금이라는 전통적 전제가 붕괴한 자리에는 ‘영끌’과 ‘벼락거지’라는 각자도생의 공포만이 남았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 모두가 단 하나의 대상인 ‘돈’에 매달리는 현실 속에서, 이 들끓는 욕망을 개인의 소모적인 경쟁으로 방치하는 대신 사회적 차원에서 축적하고 새로운 동력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도발적인 신간이 출간됐다. 신간 『새로운 자산국가: 코리아 스탠다드』(어깨 위 망원경 펴냄)이다.
대기업에서의 IT 기획 및 개발 업무, 캐나다 현지 법인 운영, 다수의 스타트업 공동창업 및 CTO로서 10년 이상 조직과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성장시켜 온 현장 실무 전문가 정훈은, 현재 한국 사회의 위기를 단편적인 정책이나 복지 확대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개인의 기여가 자신의 자산이자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되는 순환 구조인 ‘자산국가’ 모델의 도입이다.
복지 수혜자에서 국가 자산의 ‘설계자’이자 ‘소유자’로
책이 말하는 자산국가는 단순히 국가가 부를 나누어주는 시혜적인 복지 시스템이 아니다. 한국인 특유의 자산 증식에 대한 본능적 감각과 돈에 대한 집념을 탐욕으로 규탄하고 억누르는 대신, 이를 공동 설계와 전략적 투자로 승화하려는 가장 급진적인 구조적 실험이다.
그동안 자본이라는 거대한 기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수동적 ‘배터리’에 불과했던 무력한 개인들에게 책은 묻는다. "언제까지 타인이 짠 규칙의 희생양으로 남을 것인가?" 자산국가 체제에서 시민은 참여형 자산 계좌를 통해 스스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기여가 시스템의 규칙이 되고 나의 선택이 공동체의 부를 창출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즉, 받기만 하는 수동적 국민에서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주도적 시민으로 나아가며, 국가 자산 형성의 설계자이자 소유자로 격상되는 것이다.
돈에 얽힌 감정 구조를 재설계하다… 인간 존엄성의 회복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은 경제 시스템의 대전환을 ‘감정 구조의 재설계’로 연결 짓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자산국가가 "돈을 나누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돈에 얽힌 감정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구조적 실험이며, 사람들에게 '나는 세상을 설계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돌려주는 시스템"이라고 역설한다.
타인과의 우월함을 증명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한국형 ‘비교 사회’에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극심한 불안과 소외를 겪는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스템 안에서는 공동체를 돌보는 손길이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은 선의가 ‘기여’라는 가장 강력한 화폐로 작동하며, 실패조차도 피해야 할 낙오가 아닌 다음 설계를 위한 사회적 자산으로 받아들여진다.
일하지 않으면 곧바로 소득이 끊기고 실패는 곧 낙오였던 직선형 인생을 순환형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무력감이 아닌 유능감에서 비롯되는 자신감을 얻고 잃어버렸던 존엄성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다.
K-방역, K-콘텐츠를 넘어선 ‘코리아 스탠다드’의 글로벌 제안
저자는 압축 성장과 디지털 전환을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경험한 한국이야말로 이 거대한 실험을 가장 먼저 현실화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더 이상 서구의 낡은 모델을 좇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먼저 ‘자산의 민주화’와 ‘삶을 설계하는 민주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국가 철학을 전 세계에 수출하자는 담대한 제안, 그것이 바로 책의 부제이기도 한 ‘코리아 스탠다드’다.
기존의 국가 모델이 한계에 도달해 각자도생의 각박한 삶에 지친 지금, 시장의 피해자에서 시스템의 주권자로 격상되는 정서적 해방을 쟁취하고 싶다면 이 책이 초대하는 사고 실험장에 동참해 볼 만하다.


















